재계 서열 5위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군이 회사 내부 후보 6명과 외부 후보 12명, 총 18명으로 좁혀졌다.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절차를 총괄하는 CEO 후보 추천 위원회(후추위)는 17일 6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후추위는 이달 말 5명 내외로 후보를 압축하는 등 예고한 일정대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후추위는 이날 18명 후보들의 명단은 비공개로 했으며, 면접 절차가 도입되는 최종 5명 후보가 나올 때까지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차기 회장 추천 업무를 맡고 있는 후추위는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데다 이들 7명 전원이 작년 현직 최정우 회장과 함께 떠난 ‘호화 캐나다 이사회’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또는 청탁 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있다. 입건이란 내사 단계를 거쳐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일부에선 이런 상황에서 회장 선임 절차가 강행돼도 앞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등 사법 판단에 따라 선출된 후보의 정당성이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후추위 위원 7명은 모두 최정우 회장 임기 중에 선임 또는 연임된 사외이사다.
◇배임 등 혐의 전원 입건에도 후추위 활동 강행
앞서 지난달 19일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회장 선출의 공정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셀프 연임’ 논란이 있었던 현직 회장 우선 심사제를 폐지하고, CEO 후보 추천 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 단일 최대 주주(지분율 6.71%)인 국민연금공단의 김태현 이사장이 지난달 28일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추위가 주도하는 선임 절차는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후추위는 심야 회의를 열어 이례적으로 29일 새벽 1시쯤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최정우 회장의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포스코 안팎에선 “후추위가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어 이달 3일 후추위는 내부 후보자 8명을 우선 추리며 ‘최정우 회장 제외’를 밝혔다.
이후 5박 7일 일정에 약 7억원을 들인 2023년 ‘캐나다 호화 이사회’로 최 회장과 후추위 위원 모두 입건돼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 범대위가 작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최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로 이첩돼 수사가 시작됐다.
국민 기업인 포스코그룹에서 임직원과 사내외 이사의 수억원대 호화 출장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캐나다 외에 2019년 사외이사를 동반해 약 7억~8억원을 들인 ‘백두산 이사회’ 문제도 더해졌다. 포스코는 ‘오너’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으로 이사회가 사실상 회장 연임 및 선임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런 이사회가 경영진 측의 향응을 받았다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캐나다 호화 출장 의혹을 고발했던 포스코 범대위는 17일 백두산 출장에 대해서도 최정우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최종 후보 선출해도 공정성 시비 불가피
후추위는 이날 “주주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와 회사의 지속적 발전을 책임질 훌륭한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로 삼고 있다”며 강행 의지를 재차 피력했지만, 후추위 활동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하다. 경찰 수사 중인 호화 출장에는 후추위원과 현재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내부 인사도 동행했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당시 출장에 동행한 인물 중 여럿은 최정우 회장과 가까운 인물들”이라며 “짬짜미 의혹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의혹이 확산하자 경찰도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사건을 이첩했다. 금융범죄수사대는 대형 경제·금융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일선 경찰서가 맡기 어려운 주요 사건들을 담당한다.
앞으로 사법 판단도 관건이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는 임기 중 금고 이상 형(刑)을 선고받는 경우 회사 규정에 따라 자격을 상실한다. 다만 이번처럼 해당 사안에 대해 향응 등을 받은 것이 드러날 경우, 해당 결정의 무효화 논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추위는 2월 중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해 이사회를 거쳐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