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달 유튜브 프리미엄(유료 멤버십) 결합 요금제를 출시했다. TV와 유튜브에 각각 따로 가입할 때보다 월 3000원 싸다. 유료 시청자를 늘려야 하는 KT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 유튜브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생존을 위협하는 ‘라이벌’이지만, 과감히 손을 잡은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KT스카이라이프에 직접 가입한 이용자의 7% 정도가 유튜브 프리미엄 결합 상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작년 초엔 디즈니플러스 결합 요금제를 내놓으며 OTT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가입자 증가율 둔화에 고민하는 유료 방송(IPTV·케이블TV·위성방송) 업계가 OTT와 경쟁하는 대신 ‘공존’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OTT 인기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판단, 차라리 TV 시청자들이 더 쉽고 저렴하게 OTT를 즐기도록 요금제·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TV로 OTT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가 OTT 업체 역시 통상 2~3년 주기로 약정하는 유료 방송 가입자를 장기 회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협력에 적극적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케이블TV 업체가 가입자에게 OTT를 볼 수 있게 서비스하는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결합 요금제에 OTT 전용관도 만들어

SK브로드밴드는 올 상반기 자사 케이블TV와 IPTV에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망 이용료를 둘러싸고 2년 넘게 이어 온 소송전이 작년 9월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넷플릭스와 협력으로 방향을 돌렸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말 국내에 들어온 애플TV플러스와 제휴를 맺은 것 외에는 그동안 OTT와 결합에 소극적이었다. KT·LG유플러스는 자사 TV 상품과 티빙,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를 결합한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따로 가입했을 때보다 OTT별로 2000~5000원 정도 저렴하다.

서비스 기능도 OTT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KT는 리모컨에 OTT별로 ‘바로가기’ 버튼을 넣었고, 화면에서 여러 OTT 콘텐츠를 한 번에 찾을 수 있도록 했다. “A 드라마 찾아줘”라고 말하면 어떤 OTT에서 볼 수 있는지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회사 관계자는 “이 기능을 이용하는 횟수가 월 400만에 달한다”고 했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도 특정 콘텐츠를 어느 OTT에서 볼 수 있고 일반 VOD와 OTT 중에 가격이 어디가 더 저렴한지 비교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료 방송과 OTT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둘째로 큰 케이블TV 업체인 차터커뮤니케이션스는 올 초부터 OTT인 디즈니플러스를 가입자들에게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한다. 차터는 지난해 디즈니와 수수료 인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는데, 수수료를 올려주는 대신 가입자에게 OTT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것이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케이블 회사가 비즈니스 모델을 스트리밍(OTT) 시대로 전환하고, 구독자를 안정화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양진경

◇TV로 유튜브 보는 사람 늘어

유료 방송 업계가 OTT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선 배경엔 가입자 수 정체에 따른 위기감이 있다. 반기 기준 유료 방송 가입자 증가율은 2022년 하반기 0.7%로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고, 작년 상반기엔 0.3%로 더 낮아졌다. IPTV 가입자가 소폭 늘어났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가입자는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OTT는 모든 연령대에서 이용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OTT 이용률은 77%에 달했고, 70대 이상도 거의 4분의 1이 OTT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나 PC가 아닌 TV를 통해 OTT를 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TV로 OTT를 보는 비율은 22.1%로 스마트폰 다음으로 높다. 대다수 가정이 여전히 TV를 이용하는 만큼 유료 방송 입장에선 차라리 OTT 구독자를 가입자로 끌어들이는 게 낫다는 인식이 커진 이유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는 “미디어 영향력이 유료 방송에서 OTT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유료 방송 입장에선 OTT 서비스 강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며 “우리나라 유료 방송 요금은 미국에 비해선 꽤 저렴한 편이라 OTT 결합 상품 판매 시 가입자 확보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