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넘는 빚을 진 탓에 올해 회사채 추가 발행이 불가능해진 한국전력이 자회사에서 사상 첫 중간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최악 고비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전기 요금 정상화 같은 근본 문제 해결 없는 임기응변으로는 한전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1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 자회사 6곳(한국수력원자력, 동서·남동·남부·중부·서부발전)과 한전KDN은 지난달 22~29일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인 한전이 요구한 3조2000억원 중간배당을 의결했다. 한전 자회사들은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 빚을 내 중간배당을 해야 한다.
매년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아온 한전이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요구한 건, 올해 회사채 신규 발행이 불가능해져 빚내서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회사채 5조원 정도를 상환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자회사에서 중간배당을 받게 되면서 10조원 정도 회사채 추가 발행이 가능해지게 됐다.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상 한전 부채는 지난해 말 205조8000억원, 2027년에는 226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는 24조원 수준이다. 하루 이자만 130억원이나 된다. 한전이 연간 4조~5조원 이익을 내봐야 이자 갚기에 급급하고, 200조원대 빚은 하나도 줄지 않게 된다. 전력 업계 고위 관계자는 “빚 돌려막기식 땜질 처방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문제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