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해운·물류 기업의 해외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만 물류 분야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내년부터 5년간 3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략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한편, 친환경 항만과 스마트 물류 인프라 조성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해진공은 지난 10월 이 같은 계획을 담은 ‘항만·물류 금융 확대 전략’을 발표하고 앞으로 중·장기 경영 목표에 반영하기로 했다.
최근 급격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주요국들은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대표 물류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전략 거점 물류 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MAERSK(머스크), 코스코, CMA-CGM 등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도 발 빠르게 사업을 다각화하며 종합 물류 서비스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반면 우리 해운·물류 기업들은 북미·유럽·아시아 등 주요 물류 거점의 자영 터미널 등 물류 시설 확보에 뒤처져 있다. 최근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투자 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신규 항만 개발 등 금융 지원 확대
이에 따라 정부가 국내외 항만 개발 사업과 해외 항만 물류 사업 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한국해양진흥공사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지난 8일 공포됐다. 법 개정을 통해 국내외 항만 터미널과 배후 단지의 신규 개발 사업, 이른바 ‘그린필드 사업’에 대한 해진공의 투자와 보증이 가능해졌다. 또 해운사뿐만 아니라 항만 운영사·하역사·물류사·건설사 등 더 많은 기업에 금융 지원이 가능해졌다.
특히 민간이 주도하는 비관리청 항만 개발 사업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금융 참여가 가능하다. 정부에서 발표한 제4차 전국 항만 기본 계획과 제4차 항만 배후 단지 개발 종합 계획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국내 항만 개발에 필요한 민간 투자액은 약 18조원으로 추산된다. 전국 항만 배후 지역에는 약 3000만㎡ 규모의 항만 연계 용지가 개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장기 금융 조달이 필요한 데다, 고위험 대비 중수익이라는 인프라 투자의 특성 때문에 민간의 금융 조달만으로는 정부가 계획한 항만과 배후 단지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해진공이 주요 항만 터미널 개발과 배후 단지 조성 초기 단계부터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면, 시행사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해진공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유럽·동남아 등 해외 신규 터미널 개발과 물류 시설 확충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소·중견 물류 기업의 국내외 안정적 영업 자산 확보를 위한 블라인드 펀드 조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물류 기업의 해외 복합 물류 거점 확보와 국내 건설사의 항만 개발 사업 수주에 이바지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공급망이 강화될 전망이다.
◇친환경 항만·스마트 물류에 적극 지원
IMO(국제해사기구) 규제에 따라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친환경 연료 추진선을 경쟁적으로 발주하며 선대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지가 향후 항만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해진공은 우리 기업의 국내 친환경 항만 인프라 수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 메탄올, 바이오 연료 등 이른바 ‘그린 벙커링’ 인프라 시설에 금융 지원을 적극 검토한다. LNG 냉열을 활용한 콜드체인 물류 센터와 수소 터미널 등 친환경 항만 시설 건설 투자도 지원한다. 국내 기업이 주요 해외 거점 항만 인근의 탱크 터미널 및 저장 시설 운영권을 취득할 경우에도 재무적 투자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우리 터미널 운영사들이 신규 스마트 항만 설비를 도입하거나 항만 운영 시설 노후화로 교체가 필요한 경우에도 금융 투자 및 장비 리스 등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다.
해진공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3년 항만·물류 인프라 투자 지원 사업 설명회’를 열어 건설사·물류사·금융기관·항만 운영사 및 유관 협회 등 전문가들과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향후 해진공은 국적 선사 경영진·실무진과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항만 시장 동향을 공유하고 참여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양수 해진공 사장은 “법 개정으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됐다”며 “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