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핵심 원재료 확보를 위해 손잡은 중국 화유코발트.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 법인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로써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확대해 온 국내 업체의 투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추가 투자를 통해 중국 합작 법인의 지분율을 75%까지 높이거나 생산 물량을 미국 이외 시장에 팔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1일(현지 시각) 중국 기업의 해외 업체 합작 투자 지분율을 25%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관(FEOC·Foreign Entity of Concern)의 구체적 기준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IRA를 시행하며 FEOC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광물과 제조·조립한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를 탑재하면 최대 7500달러(약 975만원)에 이르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FEOC 기준은 배터리 부품은 내년 1월부터, 양극재·음극재 등 핵심 광물은 2025년 1월부터 적용된다. 7500달러에 이르는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는 탓에 FEOC 기준에 걸리는 배터리의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래픽=정인성

LG화학·포스코·에코프로 등 국내 업체들은 화유코발트·CNGR·거린메이(GEM) 등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과 수천억~수조원 규모의 합작 투자를 통해 국내에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LG화학은 지난 4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니켈·코발트·망간 혼합물) 합작 공장을 2028년까지 짓기로 했고, SK온과 에코프로는 지난 3월부터 중국 전구체 업체 거린메이(GEM)와 3자 합작으로 새만금에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연간 5만t 규모 전구체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8월부터 IRA를 시행하며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광물이 들어간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미국 우회 진출을 위해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어 보조금(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 기업들에 손을 내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고, 기술을 확보한다는 이점이 있었다. 흑연·망간·코발트·리튬·니켈의 중국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3~95%로 여전히 절대적이다.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의 지분율을 주로 51대 49로 추진하던 상황에서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선 중국 기업의 지분율을 25% 미만으로 줄여야 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불안한 상황에서 1년 안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긴 것”이라며 “신년 사업 계획을 모두 뜯어고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자금 확보 여부에 따라 공사 일정이 늦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에 호재라는 진단도 있다. 해외우려기관 지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북미 시장 경쟁에서 중국 변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배터리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가 단기간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조달선 교체, 합작 투자 지분율 조정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