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의 식품 업체 ‘사옹원’ 공장 내부. 손바닥 크기의 호떡·야채전·김치전 등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끓는 기름과 함께 조리되고 있었다. 한쪽 면이 다 익으면 벨트 위에서 자동으로 뒤집혀 반대편이 조리됐다. 완성된 음식들은 영하 40℃의 냉동 설비를 거쳐 급속 냉동됐고, 이어 곧바로 포장됐다. 이상규(69) 대표는 “주문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어떻게 해야 공급량을 맞출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개발한, 세상의 하나뿐인 장비”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 1995년 설립한 사옹원은 전·산적·튀김 등 전통 음식을 냉동 즉석식품으로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회사명도 조선 시대 궁중 음식을 관할하던 관청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해 매출 874억원을 올렸고, 국내외 880여 개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총 450여 개의 품목을 출시해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와 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판매 중이다. 미국·동남아 등 세계 25국에 100여 개 품목을 수출하면서 1500만달러(약 200억원·2021년 기준)의 수출액을 올리기도 했다. 내년에는 수출 2000만달러 돌파가 목표다.
경북 경주 출신인 이 대표는 식품업계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업 아이템으로 한식을 고르게 된 계기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당시 전통 음식 식당에 수산물을 납품하다가, 주방에서 대량으로 조리된 전·산적 등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모습을 보고 아이템을 착안했다. 그는 “만들기까지 손이 많이 간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외국인들이 조리 부담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면 시장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초창기에는 적자였다. 품질을 우선하다 보니 판매 단가에 비해 식자재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확장을 거듭하던 삼성 반도체 공장의 구내식당에 식품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이 대표는 “품질을 우선시한 게 눈에 띈 것 같다”고 했다.
사옹원의 또 다른 특징은 만두 등 다른 업체들이 흔히 생산하는 가공 식품은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식품업계는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격전지”라며 “살아남기 위해선 무조건 틈새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했다. 수출 품목 역시 야채전·잡채호떡 등 다른 업체들은 생산하지 않는 제품들이다. 사옹원의 냉동 야채전은 미국 대형 마트 체인점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수백만 봉지가 팔렸다. ‘동양 음식은 미국 음식보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현지 시장의 인식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일본,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 개척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야채전, 부침개 등 밀가루 음식들이 유럽의 크레페, 피자 등 현지 음식에 자주 비교되지 않느냐”며 “사옹원 제품이 유럽 현지 음식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