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내 주요 협력사 모임인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을 지난 21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해 30주년 교류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교류회를 직접 주재한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에 합류하기 위해 자정쯤 뒤늦게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했다. 별도 취임 1주년 행사 계획이 없어 교류회가 사실상 이 회장의 1주년 행사로 여겨졌는데, 재계에선 취임 1주년 행사로 ‘LJF 교류회’를 ‘승지원(承志園)’에서 열고 이 회장이 끝까지 직접 챙긴 점에 주목했다.

일본은 가전과 스마트폰 핵심 부품으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부품과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LJF 멤버인 무라타제작소, TDK가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과 이 기업들은 협력이 필수적인데 미·중 반도체 무역 갈등으로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경제 안보 차원에서 중요도는 더 커졌다.

재계에선 “이건희 선대 회장의 3주기(10월 25일)를 앞두고 승지원에서 교류회를 연 것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에서도 일본 부품·소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민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거처였던 승지원은 이건희 선대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하며 창업 회장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취지(승지·承志)로 이름을 붙였다. 이후 삼성의 핵심 의사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그래픽=김하경

◇회장 취임 1년 맞아 한일 경협 강조

LJF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시작됐다.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이 선대 회장은 ‘배워야 하지만 이겨야 하는 게 일본’이라는 신념을 지녔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도 장인정신, 주인의식을 지닌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삼성전자가 잘되려면 일본 부품 회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협력 모임을 지시한 게 출발점이다. 이후 교세라, 무라타제작소, TDK 등 일본을 대표하는 10여 개 전자부품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선대 회장은 특히 일본 부품 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납품하는 회사의 CEO만큼 업황 등을 잘 아는 것에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이 회장도 환영사를 통해 “삼성이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일본 부품∙소재 업계와의 협력이 큰 힘이 됐다”면서 “LJF 회원사 등 일본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이 미래에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수뇌부 총출동

LJF 30주년 교류회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MX사업부장 등 삼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LJF에선 TDK 사이토 노보루 사장, 무라타 제작소 나카지마 노리오 사장, 알프스알파인 이즈미 히데오 사장 등 전자 부품·소재 분야 8개 협력사 경영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년간 이어진 교류회에서 삼성 경영진은 이들 협력사 경영진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와 조언을 공유해왔다. 삼성과 LJF는 이번 교류회에서 미·중 무역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경제·안보 현안이 연이어 벌어진 상황을 돌아보고, 향후 양국 경제의 가교 역할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