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붙어 있는 임대 문의./뉴스1

경남 창원에서 미용실을 하던 박모(65)씨는 지난달 23일 폐업했다. 시중은행에서 2019년 약 7000만원, 2020~2021년 정부 소상공인 정책자금으로 약 80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최근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자금은 2년 거치 후 3년 분할 상환이 일반적 조건이다. 올 들어 2년 거치 기간이 끝나고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서 박씨 통장에서는 매달 300만원 이상이 빠져나간다. 직원 퇴직금 줄 돈도 없어 지난 10일엔 지인에게 1000만원을 빌렸다. 박씨는 “처음 대출을 받을 땐 금리가 2%대였지만, 최근엔 두 배 이상 올랐다”며 “지난 8월 대출을 한 번 더 받을까 고민했지만, 아무리 저금리 상품이라도 감당이 어려워 폐업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불황 속에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며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 팬데믹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전 세계 각국은 흔히 자영업자로 불리는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우리 정부와 금융권 역시 저리(低利) 대출과 정책자금을 크게 늘렸고, 대출 만기와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혜택도 제공했다. 이 덕에 많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버텨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고, 코로나 상황으로 미뤄졌던 원리금 상환까지 시작되며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파산이나 폐업자 수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 역시 올 들어 치솟으며 “줄파산, 줄폐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법인 파산 접수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8.6% 증가한 1034건이다. 하루에 4곳꼴로 파산을 접수한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주로 신청하는 개인 회생 역시 지난해보다 41% 급증했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기업’은 지난해 3903곳으로 조사 대상의 15.5%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황이 더 악화돼 부실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꺼번에 문 닫게 되면 금융권은 물론 산업 생태계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