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LNG 화물창(선박에 화물을 싣는 창고) 결함’ 사건에서 “가스공사가 1880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한국가스공사가 설계하고, 삼성중공업이 제작하고, SK해운이 운영하는 LNG 운반선 화물창(KC-1)의 결함을 둘러싸고 3사가 벌인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는 11일 가스공사에 설계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가스공사는 삼성중공업에 726억원, SK해운에 1154억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형 LNG 화물창 KC-1 개발은 국내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을 만들 때마다 척당 약 100억원을 프랑스 GTT사에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는 기술 종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책 과제로 2004년 시작했다. 가스공사와 국내 조선사가 LNG 화물창 기술 국산화를 위해 국책 사업에 참여했고, 2015년 공동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이 선박을 건조하고, SK해운이 가스공사와 LNG 운송 계약을 맺고 선박을 운영하기로 했다. 2018년 초 2척의 선박(SK세레니티·SK스피카)이 완성됐다. 하지만 6년째 운항은 하지 못하고 있다. 출항과 함께 ‘콜드 스폿’으로 불리는 결빙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선박 금속에 결빙이 반복되면 최악의 경우 불시에 선체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1000억원을 들여 4차례 수리를 했는데도 문제 해결이 안 되자 2019년 3사는 설계·제작·운항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가스공사에 선박 수리비 801억원을 청구했고, SK해운은 가스공사에 미운항 손실로 1158억원을 청구했다. 이에 가스공사는 SK해운에 LNG선 운영을 못 해 대체선을 투입하느라 손실을 봤다며 1697억원을 청구했다. 법원은 삼성중공업과 SK해운의 청구는 받아들이고, 가스공사 청구는 기각했다.
LNG 화물창은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초저온에서 약 600분의 1로 압축·액화해 저장·운반하는 시설이다. 작년 한 해 LNG 운반선 120여 척을 제작한 우리나라가 화물창 원천기술을 가진 GTT에 준 로열티는 약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가스공사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유감이다. 가스공사가 지게 될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항소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