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는 국내에 석유 비축 기지를 운영하고, 국내외에서 전략 비축류를 확충하는 등 석유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의 변동 폭이 커지는 등 에너지 수급 상황이 불안했는데, 앞으로 혹여나 국내에 석유 수급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국가 경제와 불편함 없는 국민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석유공사의 지하 석유 비축 기지. 석유공사는 정부의 석유 비축 계획에 따라 1980년부터 석유 비축 사업을 하고 있다./한국석유공사 제공

◇'국제 공동 비축’ 사업 등으로 에너지 안보에 기여

석유공사는 정부의 석유 비축 계획에 따라 1980년부터 석유 비축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울산과 거제, 여수 등 국내에 석유 비축 기지를 9개 운영 중이며, 총 1억4600만배럴 규모의 시설 용량에 비축유 9600만배럴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석유 공급망 위기 발생 시 127일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세계 5위 비축량에 해당)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제4차 석유 비축 계획은 국제 석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유가 등 석유 수급의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석유공사는 비축 시설과 비축유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석유공사는 ‘국제 공동 비축’ 사업으로 석유 비축 역량을 높였다. 이 사업은 석유공사 시설에 산유국 석유를 유치 후 비상시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안정적으로 석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사인 애드녹(ADNOC)과 국제 공동 비축 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3월 UAE산 원유 400만배럴을 석유공사의 여수 비축 기지에 유치했다. 이번 국제 공동 비축 물량에 대해서 석유공사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시 바로 국내에 공급이 가능하여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석유공사는 UAE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핵심 산유국들과도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향후 사업 확대를 통해 비축유의 약 10%에 해당하는 물량을 간접 비축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축유 긴급 방출로 정유사 위기 극복에 기여

석유공사는 국내외적 요인으로 석유 수급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비축유를 방출해 국내 수급 안정에 힘쓰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정부나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기구의 공조 요청에 따른 정책 대여를 추진하면서 IEA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494만배럴을 방출했고,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및 2011년 리비아 사태 발생 시 각각 292만배럴, 347만배럴을 방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러·우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수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등 동맹국과 IEA의 공조하에 총 3차례 1373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다.

아울러 태풍, 장마, 한파 등으로 예기치 못한 국내 정유사의 수급 불안 요인 발생 시 국내 정유사에 신속히 비축유를 대여해 국내 석유 수급 및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올해 석유공사의 원유 및 제품유 총 492만배럴에 대한 긴급 대여가 이뤄졌다. 특히 정유사의 시설 문제로 인해 국내 수급 차질이 예상되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약 75만배럴의 제품유(휘발유, 등유) 긴급 대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중 최대 규모 제품유 긴급 대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의 생산 규모가 커지고 이에 대한 국내 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석유 비축량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며 “석유공사의 석유 비축 사업은 국내 정유사의 수급 위기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고, 앞으로도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한 축을 계속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석유공사는 비축유 및 비축 시설 대여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비축유 구매 재원으로 활용해 비축유 구매를 위한 정부 예산 절약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석유 비축 기지 건설·운영과 관련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지하 암반을 굴착해 만드는 지하 공동 저장 시설 기술을 국산화하고 중동 및 아세안 등에서 추진되는 원유 지하 비축 기지 건설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또 청정 암모니아 같은 신에너지 비축 사업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