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며 ‘Carbon to Green’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60년간의 탄소(Carbon) 중심 사업 구조를 친환경(Green)으로 본격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였다. 그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석유화학·정유 사업 친환경으로 전환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 1월 ‘CES 2023′에서 영국 ‘플라스틱 에너지’와 열분해 공장 설립을 위한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세계 최초로 연 6만6000t(폐플라스틱 처리 기준) 규모로 울산에 조성할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것이다. 양 사는 연내 합작 법인을 설립해 울산에 이어 수도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공장 신설도 협력할 계획이다. 플라스틱에너지의 열분해 기술로 생산한 재활용 플라스틱은 아이스크림과 화장품 용기로 쓰일 만큼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이 짓는 폐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는 미국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PCT), 캐나다 루프 인더스트리도 참여한다. 각각 고순도 PP(폴리프로필렌) 추출, 페트의 해중합 기술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 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지난 1월 ‘도심형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산, 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전기의 생산·판매 협력, 친환경 수소 융·복합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기존 주유소·LPG 충전소에 태양광·연료 전지와 전기차 충전기 등을 설치해 친환경 전기를 직접 생산해 현장에서 곧바로 충전에 사용하는 미래 충전 인프라다. 양 사는 SK에너지 주유소, LPG 충전소 등 주요 고객 접점과 유휴 국공유지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이미 정부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아 지난해부터 서울 소재 SK 주유소 두 곳에 연료 전지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 중이다. 금천구 SK박미주유소와 양천구 SK개나리주유소로, 300kW 연료 전지를 활용해 각각 지난해 2월과 9월부터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전기사업법 등 관련 규제가 정비되면 주유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 이 전력을 곧장 활용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대형 수소 화물차 충전이 가능한 수소 충전소를 마련해 수소 트럭 보급에도 기여하고 있다. 올해 4월 울산 남구 SK 울산 내트럭하우스에 마련한 ‘울산상개 SK수소충전소’다. 정부와 울산시가 40억원, 17억원씩 예산을 투입했고, SK에너지는 오랜 주유소 및 LPG 충전소 운영 경험을 살려 2046년까지 운영을 맡기로 했다. 특히 수소 탱크로리 차량을 이용해 수소를 운반해 온 기존 방식과 달리 지하 배관으로 수소를 공급해 운영 안정성을 높였다. SK에너지가 13억원을 투자해 설치한 약 1.5㎞ 지하 배관은 수소 플랜트와 충전소 사이를 잇는다. 대형 화물차는 하루 40대, 수소 승용차는 시간당 16대 충전이 가능하다.
◇열관리 시스템, 폐타이어 재활용 사업도
윤활유 업체인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에 사용되는 열관리 유체를 인증받아 열관리 설루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액침 냉각은 냉각유에 데이터 서버를 직접 침전시켜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로 기존 공랭 방식(냉각 매체로서 공기를 사용하는 방식) 대비 냉각 효율이 뛰어나 전력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 전문 기업인 미국 GRC사와 기술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 SK엔무브는 프리미엄 윤활기유를 열관리 유체로 활용하는 열관리 사업을 통해 액체 기반 ‘종합 열관리 설루션 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폐타이어 열분해 기술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 엘디카본에 지분을 투자했다. 엘디카본에서 생산되는 열분해유를 내년 상반기부터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제품을 연간 2만t 생산할 예정이다.
엘디카본은 폐타이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TPO(Tire Pyrolysis Oil)라는 열분해유를 생산해 SK인천석유화학에 제공해, 폐타이어 수거부터 분해, 재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