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HD현대중공업 노조가 29일 “31일 전국 사업장에서 3시간 부분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HD현중 노조 집행부는 이미 지난 22일 사측과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노조원들이 반대표(68.8%)를 던지자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쳤던 HD현중 노조는 올해 “조선 업황이 본격 회복하고 선박 수주도 많이 늘어난 만큼, 그에 걸맞은 보상과 경쟁사인 한화오션보다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도 지난 28일 55년 만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노조는 자사주 100주를 포함해 총 1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무분규 임단협을 마쳤던 현대차 노조도 최근 파업권을 획득하며 투쟁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대표 제조업 노조들이 올해 일제히 “강력한 보상”을 요구하며 파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업황이 회복되거나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자 노조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파업을 자제하며 고통을 분담했다”는 주장까지 내세우며, 사측에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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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억 성과급 달라”

포스코 노조는 지난 23일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파업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들이 찬성하면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포스코 노조는 그동안 “고로가 멈추면 회사도 나도 다 같이 망한다”는 인식으로 최대한 파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출범한 포스코 노조 새 집행부는 이런 전통을 깨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의 요구 사항은 기본급 13.1% 인상, 자사주 100주 지급 등 임금 관련 23건, 단체협약 63건까지 총 86건에 달한다.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60세→61세)도 포함돼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자사주 100주만 해도 약 6000만원에 달하고, 임금 관련 요구를 모두 포함하면 조합원 한 명당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로 고로가 멈추면서 영업이익(4조8500억원)이 반 토막 났고, 올해 상반기엔 반등하고 있지만 중국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노총 소속 김성호 위원장은 “그동안 노사 관행을 바꾸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당선된 포스코 노조 지도부에 강성 성향 간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표적인 합리파였던 포스코 노조마저 강성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사상 최대 이익 나눠라”

현대차 노조도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28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파업권을 획득했다. 현대차 노조는 3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꾸려 파업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노조는 최근 4년간(2019~2022년)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해왔다. 2020년엔 코로나 사태로 생산 차질이 커지자 임금을 동결했고, 2021년엔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서 무분규 타협했다. 2022년엔 신차 공급 부족으로 현대차가 최대 이익을 거두자 회사 측은 성과급을 대폭 인상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9조8000억원)을 낸 만큼, 이번엔 그 성과를 제대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인 약 2조4000억원을, 기아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30%인 약 2조1700억원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 중이다. 현대차·기아 노조 요구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면 현대차는 인당 평균 약 3300만원, 기아는 평균 약 6000만원을 받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전 나이인 64세까지 늘려달라는 요구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HD현중과 포스코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자칫 회사 경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현대차도 전기차 등 수요 둔화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