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다시 시작되면서 상점들이 ‘문을 열어 놓고 냉방’을 의미하는 이른바 ‘개문냉방(開門冷房)’을 두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환기 등을 이유로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다가 4년 만에 첫 엔데믹 여름을 맞은 가운데 단속을 하기도, 그렇다고 이를 그냥 두고 보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한국에너지공단이 전국 26개 주요 상권과 4개 대형 아웃렛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5298곳 중 12%인 634개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공단 분석에 따르면 냉방하면서 문을 열어놓으면, 문을 닫았을 때보다 전력 소비량은 66%가 늘고, 전기요금은 33% 증가합니다.
상점들이 여름철 ‘개문냉방’이나 겨울철 ‘개문난방’을 하면 에너지이용 합리화법과 시행령에 근거해 위반 횟수에 따라 15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월 코로나 발생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단속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장사가 어렵다는 상인들의 불만을 외면할 수 없고, 단속을 한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한 상권에서 과태료를 물고 전기요금을 더 내더라도 상인들은 ‘개문 냉난방’을 계속 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에너지 소비는 줄여야 하는 산업부는 최근 공무원들이 직접 화장품과 패션 업체 본사와 일대일로 소통해 ‘문 닫고 냉방’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우선 ‘말이 통하는’ 대기업 계열 매장부터 캠페인을 확산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일부에서는 ‘또 대기업에 손을 벌리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마땅한 수단이 없는 산업부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산업부의 협조 요청 이후 각 기업은 전화와 공문으로 직영점 및 대리점에 이 같은 내용을 알렸고, 일부 매장에서는 벌써 안내문을 붙이고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상점들이 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틀어놓는 건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찾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문을 닫고 영업을 하는 에너지 절감 매장에 더 많은 소비자가 찾는다면 여름철 고질병인 ‘개문냉방’ 영업도 없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