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동유럽 지역 진출 교두보로 폴란드를 택한 역사는 1990년 중반 대우자동차의 현지 진출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자동차는 1995년 폴란드 정부의 국영자동차회사(FSO) 민영화 때 GM을 제치고 자동차 공장을 따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88올림픽과 동유럽 혁명(동구권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1989년 양국 수교가 이뤄진 뒤 산업 분야 교류가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유럽 한가운데인 동시에 서유럽과 사회주의였던 동구권이 맞닿는 지리적 위치, 여기에 당시 4000만명에 육박하던 인구를 바탕으로 한 안정된 내수 시장까지 갖추고 있어 유럽 시장 전체를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선택됐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우자동차가 파산하고 철수하면서 한국 기업의 폴란드 진출은 주춤했지만, 2004년 폴란드의 유럽연합(EU) 가입 전후로 다시 탄력을 받았다. EU 단일 시장의 일부가 되면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임금수준은 낮아 서유럽 수출을 위한 생산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중국 공장에서 유럽 수출은 30여 일이 걸린 반면, 폴란드에선 서유럽 끝 지역인 포르투갈까지 3일이면 가능했다고 한다. 한국산 부품의 폴란드 수입 관세도 EU 가입 전 평균 6~15%에서 평균 4%로 낮아졌다.
4000만명대 인구를 유지하던 폴란드는 ‘유럽의 중국’이라는 평가와 함께 적극적으로 외국 자본 유치를 추진했다. LG전자는 1999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북동쪽 므와바에 연간 디지털TV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공장을 짓고 2006년 동일 규모 2공장까지 확대했다. 인구 3만5000명 소도시에서 세 집 중 한 집은 LG전자 공장에서 일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 국가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는 2003년 3600만달러에서 2007년 약 8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삼성전자도 2009년 폴란드 가전회사 아미카를 인수하고 유럽 공급 거점으로 육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