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등이 본격화한 지난 2016년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매각하거나 청산한 생산법인 수가 4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법인으로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도 고전하면서 이들 중국 법인의 매출은 6년 새 13%가량 줄어들었고, 그나마 선방한 배터리와 반도체를 제외하면 매출 감소 규모는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을 대상으로 6년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111조424억원으로, 2016년(127조7292억원) 대비 13.1% 감소했다. 특히 최근 중국 매출이 증가한 배터리,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은 2016년 117조2300억원에서 지난해 73조4485억원으로 37.3%나 감소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한한령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한 이후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대(對)중국 사업이 후퇴를 거듭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공시 되지 않는 사업 진출 등을 합치면 국내 기업의 대 중국 투자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가운데 매각하거나 청산한 법인은 46곳(매각 30곳·청산 16곳)이다. 매각된 중국 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6조5945억원, 청산 법인은 13조1981억이었다.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현대차였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기차’의 매출액은 2016년 20조1287억원에서 지난해 4조9003억원으로 75.7%(15조2284억원) 급감했다. 국내 기업 중 10조원 이상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현대차 중국 법인이 유일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 법인 ‘강소열달기아기차’ 매출도 9조7996억원에서 1조8835억원으로 80.8%(7조9161억원) 줄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의 위축으로 2016년 17조1236억원이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지난해 9조6798억원으로 43.5% 감소했다. 특히 2021년 후이저우 공장을 청산한 것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배터리 기업은 중국 내 시장 확산으로 성장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중국 법인 매출액은 12조8458억원으로, 2016년(2조4167억원) 대비 431.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중국 법인 매출도 9298억원에서 5조4250억원으로 6년 새 483.5% 확대됐고, 2019년 중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한 SK온도 작년 2조97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