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침대 창업주 안유수(93) 회장이 26일 별세했다. 1930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난 고인(故人)은 1951년 1·4 후퇴 당시 가족들과 헤어져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미군 부대에서 잡역부로 일하며 처음으로 침대를 접했고, 1963년 서울 금호동에 국내 최초 침대 기업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했다.
안 회장은 아무 기반도 없던 국내 침대 업계를 맨손으로 직접 일군 개척자이자 기술자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스프링 침대를 제조한 사례 자체가 없었다. 안 회장은 스프링부터 프레임까지 모두 직접 개발해 제조했다. 에이스침대 측은 “안 회장은 스프링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스프링 모양으로 깎고,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강선을 감은 끝에 회사 설립 1년 만에야 국내 최초의 침대 스프링 제조 기기를 개발했다”고 했다.
이후 안 회장은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에이스침대를 이끌었다. 금호동 공장이 1975년 화재로 전소되는 시련을 겪은 뒤 손실 우려가 없는 기술이야말로 최고의 자산이라는 교훈을 얻고 기술 개발에 더욱 힘썼다. 1970년대 후반부터 품질관리실을 만들었고, KS 마크, JIS 마크를 획득했다. 이 모두가 업계 최초였고, 1994년엔 업계 세계 최초로 ISO9001(품질 경영 시스템) 인증까지 받았다.
1992년에는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를 통해 획득한 특허와 실용신안은 300여 개, 총 출원은 880개에 달한다. 에이스침대를 대표하는 슬로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도 이 시기에 나왔다. 안 회장은 금탑산업훈장과 철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대통령상(3회)·국무총리상(4회)도 받았다.
그는 사회 환원에도 열정적이었다. 특히 1999년부터 올해까지 25년간 설과 추석 명절 때마다 쌀을 기부해왔다. 이제까지 기부한 쌀만 총 1356t에 이른다. 실향민인 안 회장이 에이스침대 공장이 있는 경기도 성남 지역의 독거 노인들을 보며, 이북에서 헤어진 부모를 떠올려 기부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기부 품목으로 쌀을 선택한 것 역시, 맨손으로 월남해 어려움을 겪은 안 회장이 가장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쌀을 꼽아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위 업체인 에이스침대뿐만 아니라 2위인 시몬스침대 역시 안 회장의 작품이다. 미국 시몬스의 상표권과 기술을 1993년 안 회장이 이전받아 시몬스침대를 설립했다. 현재 안 회장의 두 아들인 안성호·안정호씨가 각각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의 대표를 맡고 있다. 다른 유족으로는 아내 김영금씨와 딸 안명숙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삼성병원 17호실, 발인은 30일 오전 8시, (02)3410-3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