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이 26일 삼성의 사회공헌 사업에 2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대형 은행 네 곳이 5억원씩 삼성에 기부하겠다는 이유가 뭘까요.

은행들이 기부하겠다는 사업은 삼성이 2018년 말부터 시작한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사피(SSAFY)’로 불리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amsung Software Academy For Youth)로, 취업을 못 한 29세 이하 대졸자 1000여 명에게 1년간 월 100만원씩 주면서 ‘코딩’을 가르칩니다. 1년 1800시간 동안 코딩만 집중해 가르치기 때문에, 4년제 대학 컴퓨터 전공자보다 수준 높은 인력을 키운다고 합니다. 특히 기업 실무에서 실제 쓰는 실전형 코딩을 가르쳐 줘 수료생 취업률은 84%에 달합니다. 지난달까지 4000명 이상이 사피 과정을 밟아 취업했습니다. 청년들 사이에선 취업이 보장되는 코스로 통합니다. 은행들이 ‘사피’에 주목한 이유입니다.

대형 은행들은 카카오뱅크·토스 같은 핀테크 업체 부상으로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나름 핀테크와 비슷한 앱을 개발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입니다. 은행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우지만 정작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필요한 만큼 구하지 못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입사할 정도의 에이스 개발자를 찾는 것도 아니고, 코딩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은행들이 머리를 짜낸 게 삼성 사피에 기부금을 내고, 금융 특화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사피를 통해 1년 안에 은행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 실전 배치하겠다는 겁니다. 이날 삼성과 협약식에는 4대 은행장들이 모두 참석해 교육생 채용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력난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청년들의 취업난과 기업들의 구인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 같은 일자리 미스매치는 결코 은행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겁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대학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사피 출신 취업자 중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자가 60%에 달하고, 비전공자는 40% 정도라고 합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도 정작 기업이 원하는 코딩을 배우지 못한 청년들이 제발로 사피를 찾아가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