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감사 용역에 쓴 비용이 약 2950억원으로, 4년 전의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시행된 신(新)외부감사법에 따라 기업의 내부 회계 관리 제도까지 외부 감사를 받게 됐고, 자율 선택이 아닌 금융 당국이 정해주는 회계법인의 ‘지정 감사’ 도입으로 을(乙) 입장이 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감사 현황을 공개한 기업 308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감사 용역 보수액은 2949억4500만원으로 2018년(1418억원)보다 108% 증가했다. 감사 용역 보수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기업은 195곳(63%)이었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감사 용역 보수 증가액이 40억2400만원(91.5%)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2018년만 해도 감사 용역 비용이 4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84억2400만원으로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 감사 시간은 2018년 179만7471시간에서 지난해 272만1213시간으로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E0스코어 측은 “주요 기업들의 감사 용역 보수가 자산 성장 폭보다 지나치게 커 과다 지출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앞서 2018년 신외감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내부 회계 관리 제도에 대해서도 외부 감사 의무가 생겼고, 기업이 외부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 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해 주는 ‘지정 감사’ 제도도 도입됐다. 한 상장 기업 재무 담당자는 “직원이 내부 회계 자료를 회계법인에 설명하는 시간도 감사 보수를 책정하고, 회계법인이 3년간 바꿀 수 없는 ‘지정 감사’를 내세우면서 마음대로 감사 시간을 책정해도 방법이 없어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 단체들은 “한국에만 있는 지정 감사제” “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급격한 감사 보수 증가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