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알뜰폰 ‘0원 요금제’(평균 6개월간 통신요금 면제) 수가 한 달도 안 돼 절반 넘게 급감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알뜰폰 정보 제공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5월 3주 차 때만 해도 70~80개에 달했던 ‘0원 요금제’는 18일 현재 31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통신 3사가 알뜰폰 업체에 주는 보조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알뜰폰 견제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알뜰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통신 3사 태도가 180도 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점유율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최근 18%까지 늘어나고, 지난달에는 알뜰폰으로 갈아탄 통신 3사 이용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통신 3사도 알뜰폰을 손 놓고 바라만 볼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알뜰폰 업체에 보조금 줄인 통신사

18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 중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업체들에 지급해오던 신규 가입자당 영업 보조금을 지난달 20만원대에서 이달 10만원대로 내렸다. 업계에선 조만간 KT도 보조금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통신 3사는 자사 망(網)을 임대한 알뜰폰 업체로부터 망 사용료(도매대가)를 받으면서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일종의 판매 장려금 격인 영업 보조금을 제공해왔다. 영업 보조금을 받은 알뜰폰 업자들은 마진이 다소 줄더라도 고객을 늘리기 위해 최근 0원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해왔다. 하지만 0원 요금제 등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크게 늘자 통신사들이 영업보조금 줄이기 시작했고, 알뜰폰 업체들은 0원 요금제 운영이 어려워졌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통신 3사가 이달부터 2030세대를 겨냥한 청년 요금제를 대거 내놓는 상황도 젊은 층을 파고든 알뜰폰에 대한 대응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알뜰폰 신규 가입자의 70%가량이 2030세대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장기 고객이 될 젊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일 만 34세 이하 고객을 위해 같은 값의 일반 요금제보다 20~50%가량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0 청년 요금제’ 7종을 출시했다. KT는 다음 날 만 29세 이하 고객에게 기본 데이터의 2배를 제공하는 ‘Y덤 혜택’을 내놓았고, LG유플러스는 다음 달 3일부터 일반 요금제 대비 최대 60GB(기가바이트)를 추가 제공하는 청년요금제 7종을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는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최근 내놓는 청년 요금제 안착을 위해서라도 알뜰폰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커지는 알뜰폰 시장정부 지원 요청도

최근 들어 알뜰폰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2년 출시 이후 노인만 쓰는 ‘효도폰’으로 불리며 외면당했던 알뜰폰은 시장 점유율이 지난 4월 기준으로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17.6%까지 확대했다. 지난달에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가 전월 대비 21.4% 증가한 11만7513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4월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가입자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이달에는 전체 가입자가 14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알뜰폰 업계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요금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정책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비록 입지는 커졌지만 국내 알뜰폰 업체들은 여전히 통신 3사에 의존해 요금제를 ‘단순 재판매’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들은 과금, 가입자 정보 관리 등에 필요한 전산 설비가 없어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없다”며 “현재 통신 3사의 유통망에 불과한 알뜰폰 업체들이 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설비 투자 비용 보전과 같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고 경쟁 활성화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는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은 물론 전산망 구축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