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운반선인 SK세레니티, SK스피카 2척은 지금도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있다. 두 선박은 해외 업체에 기술 로열티를 주지 않겠다면서 한국가스공사와 국내 조선·해운사가 공동 개발해 완성한 한국형 LNG 화물창인 ‘KC-1′을 적용해 2018년 만든 LNG 운반선인데 6년째 운항을 못하고 있다. 출항과 함께 ‘콜드스폿’(결빙 현상) 결함이 발생해 수차례 수리를 했지만 문제 해결이 안 됐고, 설계·제작·운항을 둘러싸고 소송전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LNG 화물창은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초저온에서 약 600분의 1로 압축·액화해 저장·운반하는 시설이다. 지난 10일에는 KC-1 설계를 토대로 한 2세대 기술인 KC-2가 적용된 LNG운반선이 운항을 시작했지만, 업계에선 “1세대 결함과 소송전이 해결되기 전에 KC-2 화물창이 확산할 가능성은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한 채 기온이 따뜻한 항로로만 운항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데 대해 업계에선 “고속도로를 못 달리는 신차를 출시하자는 격”, “미봉책으로 한국 조선 기술에 대한 시장 신뢰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따뜻한 항로’ 조건부 운항... “미봉책 그쳐”
한국형 LNG 화물창 ‘KC-1′ 개발은 국내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을 만들 때마다 척당 약 100억원을 프랑스 GTT사에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는 기술 종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책 과제로 2004년 시작했다. 작년 한 해 LNG 운반선 120여 척을 제작한 우리나라가 화물창 원천기술을 가진 GTT에 준 로열티는 약 1조7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조선업이 호황일수록 로열티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스공사와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LNG 화물창 기술 국산화를 위해 국책 사업에 참여했고, 2015년 KC-1 화물창 공동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중공업이 이 기술을 적용한 LNG 운반선 제작에 착수해 2018년 초 SK세레니티, SK스피카 2척을 완성했다. 그러나 첫 운항 때부터 화물창의 초저온 냉기가 선체까지 전달되는 콜드스폿이 발생했고, 이후 4차례 수리를 거듭했지만 결함은 계속됐다. 선박 금속에 콜드스폿이 반복되면 최악의 경우 불시에 선체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가스공사(화주)·SK해운(선사)·삼성중공업(건조) 3사는 2019년부터 서로 “설계 결함”, “제작 결함”, “계약 불이행” 등을 주장하며 법적 소송에 돌입했다. 3사 모두 1000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 “로켓 발사처럼 장기적 관점 필요, 정부가 중재 나서야”
네 차례 수리를 마치고 올 초 시험운항에서도 결함이 발생하면서 가스공사 등은 더는 성능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수온이 6도 이상으로 기후가 온화한 중동 등 항로에서 조건부 운항은 가능한 것으로 보고 SK해운에 운항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건부 운항은 미봉책보다 못하다”고 지적한다. 화물창 기술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땜질식 처방에 이어 ‘수온 조건부 운항’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불완전한 화물창 기술을 적용한 LNG 선박을 발주할 선주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한 조선해양과 교수도 “신차를 출시하면서 ‘이 차는 고속도로는 못 달립니다’라고 광고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기술 국산화를 위해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취지를 고려해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GTT사가 수백 번 시행착오를 거쳐 40여 년간 쌓아온 기술을 너무 빨리, 쉽게 따라잡으려다 발생한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며 “지금처럼 네 탓만 하는 소송전이 계속되면 그동안 노력한 기술은 영원히 사장될 것”이라고 했다. 화물창 국산화 기술을 연구해온 송하철 목포대 총장(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우리나라가 로켓 기술을 개발하며 시험발사에 실패해도 개선점을 찾아 꾸준히 투자하고 성과를 낸 것처럼, KC-1 결함에 대한 책임만 추궁할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을 모으고 꾸준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콜드스폿
LNG 냉기(-162℃)가 화물창 외벽에 전달돼 온도가 허용치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반복될 경우 외벽 균열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