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으로 내정된 김병준(69)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17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방향을 잡고 일한 뒤 원래 주인에게 넘겨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전경련 총회에서 회원사들로부터 승인받으면 회장 직무대행으로 전경련 개혁 작업과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맡게 된다.

전경련은 그동안 회장이 정해진 임기를 끝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경우에만 회장 직무대행을 선임해 왔다. 전임 회장 임기가 끝나고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되는 것은 63년 전경련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김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점을 의식한 듯 “모든 인터뷰 내용이 ‘내가 전경련 총회에서 승인된다면’이라는 가정하에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꼭 적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김 회장은 “자유시장경제의 철학과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의제”라면서 “전경련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인데 지금 너무 어려운 상황이니 전경련이 거듭날 수 있도록 맡아 달라고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 ‘그래도 고치는 것은 전문 아니냐’는 설득에 결국 오케이했다”며 “전경련을 바꾸는 것은 적어도 당을 바꾸는 것보다는 시간이 짧게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7개월가량 현 여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김 회장은 “오래 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도 않고, 자리를 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정치인이 전경련 수장을 맡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고위 인사는 “정치인이 순수 민간 경제단체장 역할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에 휘둘리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는데 또 그런 일이 반복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