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본격화에도 삼성·LG·SK그룹의 IT·에너지 계열사들은 고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IT 업종은 주요 사업인 반도체 경기가 혹한기를 맞았지만 인재 확보 경쟁이 이어졌고, 에너지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고용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유통·은행·통신업 기업은 지난해 고용 감소세가 뚜렷했다. 코로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특수가 소멸하고, 경기 침체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고용 한파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불황에도 직원 뽑은 IT 기업들
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민연금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작년 500대 기업 중 460곳의 순 고용(국민연금 취득-상실)은 2만2334명이었다. 이 기업들의 고용 인원(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은 2021년 말(153만5158명) 대비 1.5% 늘어 작년 말 155만7492명을 기록했다.
작년 순 고용의 75%에 달하는 1만6819명이 IT·전기 전자 업종 종사자였다.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 공채 제도를 유지한 삼성전자가 6768명(약 30%)으로 1위였다. 2021년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내놨던 삼성은 지난해 5월 반도체·바이오·IT 등 핵심 사업 중심으로 ‘5년간 8만명을 채용하겠다’며 채용 계획을 확대했다. LG이노텍(2716명), SK하이닉스(1797명), LG에너지솔루션(1443명)도 1000명 이상 순증을 보였다. 코로나 기간에도 지점을 늘린 신세계그룹 계열사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코리아·1934명)는 순고용 3위에 올랐고, CJ올리브영도 1193명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기간 멈췄던 고용을 재개하면서 1186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명예퇴직을 포함해 구조 조정이 많았던 유통(-5377명)·은행(-2614명)·통신(-1003명)·보험(-866명) 업종은 감소세가 뚜렷했다. 기업별로 쿠팡이 4903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KT(-1250명), 이마트(-1174명), 한국씨티은행(-1048명) 순이었다. 은행 업계는 작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지점이 줄고 작년 한 해만 약 2400명 희망퇴직이 이뤄진 여파가 컸다. 인력난을 겪는 삼성중공업(-488명)과 대우조선해양(-148명), 현대중공업(-102명) 등 국내 조선 3사도 고용이 줄었다.
◇고용 한파 속 제조업은 구인난 전망
2023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내 경기 둔화로 고용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리오프닝 효과로 지난해 22년 만에 최다를 기록한 취업자 증가(81만6000명)의 기저 효과로 고용 절벽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작년 12월 ‘2023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올해 취업자 증가를 10만명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취업자 증가의 절반이 넘는 41만8000명을 팬데믹 이후 경제 리오프닝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올해는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공 기관 채용도 줄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공공 기관 신규 채용 규모를 2만2000명 정도로 정했다. 문재인 정부 때 연평균(약 2만5000명)에도 못 미치는 6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고용 한파 속에서 제조업 분야는 ‘일자리 미스 매칭’으로 인해 생산직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예상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계·조선·전자·섬유·철강·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주요 8개 업종의 미충원율은 20%가 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의 미충원율은 15.4%다.
강성진 한국국제경제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올해 1%대 성장률이 전망되면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연쇄적으로 고용 시장도 더 어두워질 것”이라며 “전체 고용은 늘지 않으면서 일부 제조업에선 구인난이 심화되는 이중고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