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도매가격을 크게 올리며 올겨울 ‘난방비 폭탄’ 논란의 중심에 선 가스공사가 지난해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가스 요금을 크게 올려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을 키웠는데도 정작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것은 ‘미수금’ 계정을 둔 독특한 회계 처리 방식 탓이다. 다시 말해 서류상 영업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가스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대주주인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현금 배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인 가스공사가 재무제표상 이익을 기반으로 배당에 나설 경우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 탓에 난방비 인상한다더니 2조원 영업이익

8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전망한 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평균은 1조8585억원으로 2021년(1조2397억원)보다 50%가량 늘어났다. 순이익도 전년보다 12.5% 늘어난 1조852억원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무재표상 실적은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가스공사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에 따라 경영 상황이 악화하며, 작년 한 해 도매 요금을 4차례에 걸쳐 42% 인상했다. 이 때문에 최근 집집이 수 배씩 오른 난방비 고지서가 도착하며 정부가 긴급하게 취약 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현실과 서류상 괴리는 가스공사가 밑지고 파는 가스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기타비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 방식 때문이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가령 LNG를 해외에서 100원에 사들여 국내에서 50원에 판다고 하면, 50원 손해를 보는 것이지만 가스공사는 이를 손실이 아닌 나중에 받을 수 있는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겉으론 영업 실적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영 부실화가 상당한 것이다. 미수금 제도는 1998년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면서 도입됐는데, 사실상 ‘꼼수’ 회계 처리인 셈이다.

가스공사의 사실상 손실인 미수금(민수용)은 2020년 말 1941억원이었지만 국제 가스 가격 급등으로 2021년 1조7656억원, 2022년 말 9조원으로 폭증했다. 올 1분기에는 최대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배당금까지 지급하나…정부 “검토 중”

영업이익이 서류상에 불과한데도 가스공사는 주주에게 배당금 지급을 고려 중이다. 가스공사를 비롯한 정부 출자 기업들의 배당 여부는 매년 초 당기순이익 등 임시 결산 자료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 2월 기재부 차관 등으로 구성된 정부배당협의체에서 배당 여부를 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난 기업에 대해 이익 규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배당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10년간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2013년, 2016년, 2017년, 2020년을 제외하고 이익이 날 때면 수백억~수천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21년엔 미수금이 1조7656억원에 달하는데도 96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는 이유로 234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배당금은 공공 경영 평가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국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으니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도 “정부에서 배당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배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정부 출자 기업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익이 나면 배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기재부 등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 “가스공사 주식은 배당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배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경영이 부실한 공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전은 2020년 순이익의 40%인 7806억원을 2021년 배당금으로 지급했지만, 그해 6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면서 비판을 받았다. 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부채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이나 자금 활용 여부를 결정할 텐데 공기업들은 독점 기관이고, 정부 입김이 세다 보니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