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 있는 마스크 제조업체 A사는 사업 초기였던 2020년 8월 20여 명이었던 직원이 현재 대표를 포함해 2~3명으로 줄었다. 660㎡(약 200평) 규모 공장에서 한 달 40만~50만장 마스크를 생산하다가 이제는 겨우 4만여 장을 생산하는데 그마저도 재고로 쌓인다. 김모 대표는 팬데믹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졌을 때 저축과 대출을 끌어모아 약 15억원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2년 반 만에 폐업을 고민하게 됐다. 김씨는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달 30일부터 병원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선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작년 실외 마스크 해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부 업체는 마스크 외 다른 사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거나 해외 판로를 뚫어보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절 급속도로 늘어났던 영세 중소기업은 사실상 줄도산 위기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0년 1월 137곳이었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작년 3월 1683곳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마스크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제조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 생산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그러나 방역 지침 완화에 따라 마스크 수요는 감소하면서 마스크 가격은 급락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KF94 3중 필터 방역마스크 100장이 1만3000원으로 장당 130원꼴에 팔린다. 폐업을 앞둔 회사의 상품이 원가 수준으로 시장에 풀렸기 때문이다. 한국마스크산업협회는 현재 등록된 마스크 제조업체 1600여 곳 중 실제 제조가 이뤄지는 곳은 480여 곳, 나머지는 사실상 생산을 멈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중견기업들은 사업을 전환하거나 다각화하고 있다. 국내 마스크 업계 1위 웰킵스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며 물티슈와 뷰티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정수기·공기청정기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씨앤투스도 마스크 필터 기술력을 활용해 공기청정기 등에 들어가는 필터, 샤워기·수도꼭지에 사용하는 필터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영세 규모 중소 제조업체들은 사실상 폐업 위기다. 한국마스크산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할 때 마스크 업계가 정부 공적 판매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살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업 전환 지원금이나 해외 수출 인증 절차 간소화 등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