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30조원을 넘어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9곳의 영업이익 총액과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의 천문학적 영업적자를 실감하게 하는 수치다.
9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3개월간 전망한 한전의 2022년 영업손실은 31조296억원에 이른다. 한전은 2021년 당시 국내 상장사의 영업손실 규모로 사상 최대인 5조8601억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작년은 2021년의 5배 이상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한전의 적자 규모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위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한 2~10위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에 버금간다. 이날 기준 국내 시가총액 1~10위는 삼성전자에 이어 LG엔솔·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LG화학·삼성SDI·현대차·네이버·카카오·기아로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자동차·인터넷 등 각 분야의 국내 대표 기업들이다. 이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시가총액 2~10위 9곳의 작년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33조9372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환율 효과로 수출이 늘어난 현대차(9조3752억원)와 기아(6조9016억원)가 절반을 차지했고, 4분기 부진했던 SK하이닉스(7조9670억원)도 연간 이익은 8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이 1년간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합쳐야 한전의 적자를 겨우 메우는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정유 4사의 총 영업이익(약 17조원)도 한전의 적자와 비교하면 작아 보일 정도다.
1분기 인상된 전기요금을 앞으로 더 올리지 않는다면 올해도 영업손실은 20조~2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예상되던 숫자이기는 하지만 30조원은 우리나라 1년 예산의 5%에 가까운 큰돈”이라며 “한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