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찾아간 경기도 성남 판교의 세라젬 R&D(연구개발) 센터의 첫인상은 흔한 IT 기업 사무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직원들은 저마다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 안쪽의 기구 작업실, 회로 작업실, 실험실 등으로 구분된 공간은 각종 공구들과 실험 장비들로 빼곡했다. 개발 중인 시제품과 침대 형태 프레임, 비교 분석용으로 갖다놓은 다른 업체의 안마의자도 늘어서 있었다. 이동명 기구개발팀장은 “석·박사급을 포함한 연구원 50여 명이 이곳에서 전자파와 정전기 측정, 제품에 내장된 무게 인식 센서 테스트 같은 제품 개발 작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내부 방음 처리가 된 컨테이너 형태의 체임버(chamber)에선 한 연구원이 소음 측정을 위해 마이크를 설치하고 있었다. 침대형 제품을 작동시키고 체임버 문을 닫자, 사용자가 체감하는 제품의 소음 크기가 측정돼 모니터에 나타났다. 김성근 연구기획팀장은 “최신 제품은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소음이 약 30% 감소했다”며 “냉장고보다 소음 크기가 작다”고 했다.
◇기존 안마의자와는 다른 침대형 가전… 의료기기 인증받아
세라젬의 대표 제품은 사용자가 누우면 척추와 허리, 목 부위에 대한 지압과 온열 기능을 제공하는 침대형 척추 의료가전이다. 기존 안마의자와 달리 의료기기로 분류돼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해외에서 미 식품의약국(FDA), 유럽인증(CE), 중국약감국(CFDA) 인증을 받았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생체 적합성 시험, 의료기기 제조품질관리기준 인증 같은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측정·계측 장비를 갖춘 연구센터가 필수적인 이유다.
1998년 설립된 세라젬은 창업 2년 만인 2000년 충남 천안 공장 옆에 기술연구소를 세웠다. 20년 넘게 지속된 연구개발 역량은 2021년 매출 6671억원(연결기준)으로, 안마의자 업체들을 제치고 국내 홈 헬스케어 업계 1위로 올라선 원동력이었다. 세라젬은 천안 기술연구소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해 IT 중심지인 판교로 R&D 센터를 옮겨왔다. 연구개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재 모집, 다양한 협업에 판교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1999년 출시된 1세대 세라젬 제품은 도자기(세라믹) 재질의 공이 들어간 지압판이 사용자의 등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고, 공마다 조그만 전구를 넣어 온열 기능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압판의 자극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에 따라 공을 바퀴 형태로 바꾸고, 이용자의 키를 자동으로 측정해 이용자의 체형에 맞춘 지압을 하도록 기능을 개선했다. 2021년 나온 최신 모델은 무게 인식 센서를 내장해 척추 부위별 굴곡도를 계산해 마사지하는 기술을 접목했다. 가슴·엉덩이 부위는 약하게, 허리는 조금 더 강하게 지압해 사용자가 동일한 압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성장, 국내에서도 ‘대박’
세라젬은 2018년 국내 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 중국·인도·유럽·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해왔다. 지금도 70여 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8년 2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매출은 2021년 4000억원을 넘겼고, 당시 167명이던 직원 숫자도 2023년 현재 2060명이 돼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 2년간 R&D에 380억원을 투자한 세라젬은 올해는 300억원, 내년에는 490억원을 제품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50여 명 규모인 R&D센터 연구원도 8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2019년 서울 목동 1호점에서 시작해 125곳으로 늘어난 체험형 매장 ‘웰 카페’ 운영도 강화한다. 웰 카페 누적 체험 고객 수는 200만명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