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23일 올해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부터 연말 휴가에 들어간다.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권장휴가를 실시해, 불가피한 업무가 있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최대 9일간의 휴가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재계 총수 중 가장 먼저 내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 종무식을 생략하고,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장기 휴가에 돌입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연말연시에는 대부분 휴가를 떠나는 ‘서구식 집중 휴가제’가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점점 확산되는 것이다. 종무식을 위해 12월 마지막 날까지 출근하던 기업들의 풍경이 점점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이번 주부터 장기 휴무에 들어가고 있다.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모두 끝마친 CEO(최고경영자)들이 먼저 연말 휴가를 떠나면서 임직원들도 자유롭게 연말연시 휴가를 쓰는 분위기다. LS그룹은 남은 연차를 소진하기 위해 다음 주부터 연말 장기 휴가를 떠나도록 권장하고 있다. LS그룹이 연말 권장 휴가제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에 근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휴가를 가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며 “임직원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아 연말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기업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창립기념일(29일) 휴무를 하루 미뤄 29일에 올해 업무를 마무리하고 30일에는 전사적으로 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년 1월 2일에도 노사협약에 따라 본사와 연구소가 휴무에 들어간다. 현대차 임직원들은 연말연시에 ‘4일 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롯데그룹도 지주사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오는 30일 전체 휴무 외에도 연말에 남은 연차를 모두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마트 역시 마지막 근무일인 30일을 리프레시 데이로 지정해 쉴 계획이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단체휴가’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주 전체 휴무를 독려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23일로 올해 업무를 끝마치고 다음 주 전사적으로 휴무에 들어간다.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공장의 근무자에 대해서는 휴무에 따른 연차 보상을 지급할 예정이다.
반면 비상 경영에 들어간 삼성그룹은 연말 장기 휴가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22일 반도체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 23일 베트남 R&D센터 개소식 같은 행사가 이어지고 내년 초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도 예정돼 있어 상당수 임직원들이 연말에도 출근한다. 23일 지급될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도 예년보다 적어질 것으로 알려져, 임직원들로선 연말 분위기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도 연말연시 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휴가로 한 명이 빠지면 대체할 사람이 여의치 않아 연차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기 휴가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