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두산인프라코어 직원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현대제뉴인 유튜브

지난 10일 인천 부평에 있는 한 결혼식장에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직원 이모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신랑·신부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 뒤 예식장에 마련된 포토부스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포토부스 옆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여러분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입간판이 놓였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 3사(현대제뉴인·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대건설기계) 직원들의 결혼식장에 설치된 포토부스가 신랑·신부와 하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는 포토부스에서 즉석 사진을 찍는 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들의 취향을 고려해 회사가 직원들의 결혼식장에 포토부스를 설치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객들은 신랑·신부를 위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담긴 포토방명록을 만들 수도 있고, 잘 꾸미고 나온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할 수도 있다. 이 회사 직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올드한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인데 포토부스를 설치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결혼을 앞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포토부스 설치에 나선 것은 지난 9월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신입사원과의 간담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정 사장은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40여명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MZ세대를 위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한 직원의 건의 사항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정 사장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포토부스를 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으로 선정했다. 화환과 포토부스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포토부스 설치 비용(60만원)은 전액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건설기계 3사 직원 20여명이 결혼을 했는데, 90% 이상이 포토부스를 선택할 정도로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포토부스를 이용한 직원들은 “사비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회사 지원 받아서 좋았다” “주변 지인들이 ‘회사에서 이런 것도 보내주냐며 역시 대기업은 다르다’고 말해줘 으쓱했다” “화환도 좋지만, 일회성이라 아쉬웠는데 사진은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포토부스는 실속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과도 부합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화환보다 결혼식 당일 추억을 사진으로 간직하는 게 훨씬 실용적일 뿐 아니라 화환을 낭비하지 않아 환경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포토부스 설치를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복지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