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운반선의 핵심인 LNG화물창(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국산화 사업에 참여한 국내 민간 기업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국산 LNG 화물창을 설치한 선박 2척에서 운항 초기 품질 문제가 발생해 이를 모두 수리했는데, 설계를 맡은 한국가스공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시험을 일방적으로 연기해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이 수천억원대로 불어난 것입니다.

LNG 운반선에는 LNG를 액화시켜 저장하는 탱크가 설치돼 있습니다. LNG 저장탱크 기술은 현재 프랑스 GTT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LNG선 한 척당 100억여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2014년 정부 주도 아래 한국가스공사·조선3사가 국산 LNG 탱크 기술인 KC-1을 개발한 것입니다.

설계는 한국가스공사가 맡고, 삼성중공업은 이 기술이 적용된 선박을 건조해 2018년 SK해운에 2척을 인도했습니다. 그런데 운항 직후 탱크 내부의 냉기로 선체 외판 온도가 허용된 범위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 경우 외판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최악의 경우 철판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수리에 나선 삼성중공업은 기술 개발사인 한국가스공사가 알려준 방법에 따라 총 4차례, 4년에 걸쳐 수리 작업을 했고,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삼척 LNG터미널에서 LNG를 싣고 동해를 운항하는 선적 시험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서류가 미비하다며 돌연 시험을 연기했습니다. 4년이나 수리를 했는데 또다시 제동을 건 것입니다.

조선업계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설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을 두고 지난 10월 국감에서도 한국가스공사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일각에선 전 정권에서 임명돼 이달 교체를 앞둔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이 책임질 일을 피하려 최종 선적 시험 결정을 미룬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선박 운항 중단에 따른 누적 손실은 SK해운이 2000억여원, 삼성중공업은 1000억여원에 이릅니다. SK해운은 하루라도 빨리 운항을 재개해야 하고 다른 일감을 제쳐두고 수리에 매달려온 삼성중공업도 속이 타들어 갑니다. ‘공기업이 민간 기업의 사업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