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서울 남산타워의 야간 조명이 지금보다 1시간 일찍 꺼진다. 새벽 1시이던 파리 에펠탑 소등 시간을 밤 11시 45분으로 당긴 프랑스처럼 에너지 위기를 맞아 마른 수건도 쥐어짜자는 취지다. 패션 업계는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 내복 입기를 권장하는 ‘온(溫)맵시’ 패션 보급에 나섰다.

올겨울 사상 최악 에너지 위기가 예고된 가운데 경제계와 종교계, 교육계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이 에너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공 기관과 경제 단체를 비롯해 시민 단체, 교육·종교계, 유통·가전·금융회사, 유관 협회, 시민 대표 등 37기관 약 2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 발대식을 갖고 온·오프라인 서약식과 패션쇼를 가졌다.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 발대식 -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 발대식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따뜻한 잠옷, 기능성 소재 교복 등을 입은 모델들과 함께 무릎 담요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 상당수는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행사에 함께했다. /오종찬 기자

에너지 다이어트 운동은 전 세계가 반 세기전 오일 쇼크보다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가장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에 온 국민의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우선 다음 달부터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타워 조명이 지금보다 1시간 이른 밤 11시에 꺼진다. 국내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도 경관 조명 소등 시각을 밤 11시에서 10시로 앞당긴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도 30분 앞당긴 11시까지만 외부 조명을 켜기로 했다.

에너지를 과소비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유통 업체들도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매일 자정까지 켜놓던 경관 조명을 밤 10시 반에 끄기로 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지금보다 30분 앞선 10시 반에 소등한다.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장식 조명도 10시 반 전에 끄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매장·주차장·창고 조명을 고효율 LED(발광 다이오드)로 교체하고, 냉장고 문 달기를 확대한다. 이마트는 옥상 광고탑 소등을 밤 9시로 2시간 앞당기고, 홈플러스는 오전에는 조명 3분의 1을 꺼놓기로 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겨울철 적정 온도인 섭씨 20도 수준으로 매장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로 하고, 고객 대상 캠페인도 펼친다.

기업 부문에선 대한상의·무역협회·전경련·경총이 나서 에너지 소비량 10% 줄이기를 추진한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을 권고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도 지원한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는 AS 방문 기사가 ‘전기장판 온도 낮추기’ ‘안 쓰는 플러그 뽑기’처럼 가정과 가게에서 실천 가능한 에너지 절약 요령을 홍보하기로 했다. 시민 단체와 교육 단체, 종교계도 시민과 학생·교직원, 신도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알리고, 내복 입기, 조명 소등 캠페인을 펼친다.

에너지 공공 기관도 힘을 보탠다. 한전은 다음 달까지 주변 아파트 단지나 가구보다 전기 사용량이 적으면 현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캐시백’ 참가자를 연장 접수하고, 가스공사는 캐시백과 결합한 도시가스 수요 절감 프로그램을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시행한다. 에너지공단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전기 절약 봉사 활동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한전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조직 개편도 추진할 예정이다. 에너지 효율화 전략을 총괄하는 수요전략처와 이와 연계한 요금전략처를 전력혁신본부로 일원화하고 실·부 단위 조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섬유·패션 업계는 가정·학교·사무실에서 난방을 줄일 수 있는 온(溫)맵시 패션 보급에 나선다. 집에서 내복을 입거나 무릎 담요를 덮어 실내 온도를 2도 낮추면 가정 에너지 사용량의 6.9%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