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62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추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국내 재계가 들썩이고 있다.

17일 새벽 입국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이날 오후 5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차담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4개 그룹 오너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도 뒤늦게 초청했다는 후문이다. 재계 고위 인사는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서 16일 오후 일부 대기업 오너에게 참석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의 요청이다 보니 대기업 오너들이 부랴부랴 일정을 변경해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20대 그룹 오너 중 8명이 함께 나가는데,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1시간. 빈 살만 왕세자가 국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24시간도 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 면담이 불가능해 단체로 회동하는 것이다. 사우디 측은 이들 총수들에게 차담회 1~2시간 전에 롯데호텔에 도착해, 코로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오찬도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앞서 지난 10~11일 먼저 한국을 찾았던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은 1박 2일 동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 20여 명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재계에서는 빈살만 왕세자와 주요 그룹 총수들의 차담회를 계기로 네옴시티 사업 수주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네옴시티에 들어서는 빌딩을 비롯해 주택, 플랜트 사업 수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 형태로 2조원 규모의 ‘더 라인’ 지하 터널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건설 외에도 스마트시티 조성에 필수적인 ICT(정보통신기술), 교통, 바이오,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사우디 측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