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새 50~60% 폭등한 실내용 등유 가격이 겨울철을 앞두고도 좀처럼 안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농어촌이나 도심 변두리 노후 주택에 사는 서민들이 난방용으로 쓰는 실내 등유 값 급등의 여파로 이들의 겨울 나기는 한층 힘겨울 전망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실내 등유 가격은 L당 1602원으로 1년 전 오늘(1064.6원)에 비해 50% 폭등했다. 월평균 실내 등유 가격도 작년 10월 993원에서 올해 10월 1598.07원으로 60% 이상 뛰었다. 작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등유 가격은 지난 7월(1686.55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등유는 경유와 생산 라인이 겹친다. 경유 생산량이 늘면 생산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대체재인 경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은 줄었고, 엔데믹 이후 항공유(등유) 수요는 크게 늘었다. 등유 가격이 치솟은 이유다. 지난 3일 기준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등지에선 등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다음 달부터 원유를 감산하기로 한 데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등유 가격은 당분간 고공 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라고 했다.
등유에 난방을 의존하는 농어촌이나 도시 외곽 취약 계층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정용 200L 드럼은 이날 기준 32만400원으로, 작년보다 10만7480원 올랐다. 통상 한 달에 1~2드럼을 쓰는 가정의 경우 겨울철 넉 달(11~2월)간 여덟 드럼을 쓰면, 난방 비용은 256만3200원에 달한다. 작년 170만3360원과 비교해 올겨울을 나는 데 약 86만원이 더 드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등유는 가장 싸게 가격이 유지돼야 하는 서민 연료인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이 겨울을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정부는 본격적인 한파가 닥치기 전에 가구당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대상이나 지원액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