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제주에서 열린 SK ‘2022 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최태원 SK 회장은 비즈니스 전환(Transition) 등을 통한 위기 탈출을 주문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최 회장은 ‘경영시스템 2.0’을 경영 전략의 전면에 내세웠다.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유·무형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존 경영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개념이다. 그 중심 요소로 ESG를 둔 것이다.
◇대(代)를 이은 ESG 경영
국내 기업 중 ESG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단연 SK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불어온 ‘ESG 경영’ 유행에 따른 것이 아니다. 최종현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온 SK의 ‘경영 DNA’에 각인된 것이다.
최종현 회장은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지금의 SK임업이다. 최종현 회장은 이 회사를 통해 전국의 황무지를 사들여 나무를 심었다. 부동산 투자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수도권에서 먼 황무지들만 골라 매입했다. 그런 곳에 호두나무와 자작나무를 심었다. 국내 최초의 기업형 조림사업으로, 50년 전부터 환경 보호를 위한 기업의 역할에 눈을 뜬 것이다. 그렇게 조성한 숲이 지금까지 남산의 40배에 이른다.
친환경 경영은 50년 후 SK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최태원 회장은 강원 고성군의 황폐지에 자작나무 등 25만 그루를 심어 조림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시작했다.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이다. 2013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종인가를 받아 국내 최초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기업이 됐다. 뿐만 아니라 SK는 수소 사업, 친환경 배터리,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넷제로 시티 등 친환경 사업을 그룹의 미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인재 경영도 실현
SK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관심은 오래 됐다. 그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인재 양성이다. 최종현 회장은 조림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사용했다. 1974년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세계적 수준의 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학비뿐 아니라 모든 생활비 일체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 언저리였던 시절인데 5년간 3만달러를 지원했다. 장학사업은 IMF와 세계금융위기에도 지속적으로 운영, 현재까지 장학생 4000명, 박사 820명을 배출했다.
인재를 키우고 중시하는 철학은 최태원 회장으로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평소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신입사원을 포함해 직원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970년대 시작한 ‘장학퀴즈’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동안 후원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글로벌 학술 포럼들을 개최하면서 ESG경영과 지정학적 이슈 등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