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만 지구 9바퀴(35만㎞)’
우리 기업인들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움직인 거리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는 출범 130여 일간 우리 기업인들이 61국에서 350명의 국왕·대통령·총리·장관 등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틀에 한 번꼴로 세계 각국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10대 기업과 경제 단체들은 국제박람회기구 소속 132국별로 전담 기업을 선정해 교섭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의 현지 영향력을 감안해 교섭 전략을 세우고, 주요 국가에 대해서는 기업 최고위층이 직접 나서서 유치 활동을 펼치는 ‘팀 코리아’ 전략이다. 실제로 우리는 기업인들의 역량을 합쳐 열세였던 유치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역사가 있다. 정주영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배우자 숙소마다 좋아하는 꽃 바구니를 전달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구 5바퀴 이상을 다녔다. IOC 위원이 한국을 찾으면 모든 선약과 일정을 취소하고 만났고, IOC 위원과의 식사 자리에는 항상 해당 위원의 이름이 새겨진 냅킨을 테이블에 비치해 감동을 선물했다.
지난 5월 말부터 2030부산엑스포공동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주요 일정의 절반 가까이가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이다.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일본·미국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우리는 88 올림픽을 통해 중진국에,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며 선진국에 진입했다. 2030년 엑스포는 우리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사이버 공간에서 2030 부산엑스포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고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엑스포 유치위원회는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활용한 ‘더 웨이브(The Wave)’라는 플랫폼을 11월 중 오픈, 기후변화나 인권 등 중요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장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도 글로벌 역량을 총동원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중남미를 방문한 것은 현지 사업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장은 지난 6월에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함께 선도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부산엑스포는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혁신 기술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최근 올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은 체코를 방문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정 회장은 27일(현지 시각)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부산엑스포의 주제와 목표, 개최지로서 경쟁력 등을 설명하며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그는 “부산엑스포가 추구하는 자연 친화적인 삶과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고 글로벌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인류가 직면한 위기 해결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과 역량을 보유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최근 폴란드로 출장을 떠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LG와 폴란드의 경제협력에 감사를 표하며, “세계박람회가 추구하는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소통의 장이 부산에서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6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The Consumer Goods Forum)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롯데그룹 현황과 식품, 유통 사업의 주요 포트폴리오 등을 소개하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다. 글로벌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함께하는 별도의 비즈니스 회의에서도 세계박람회 개최 최적지로서 국제 도시 부산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등 부산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며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