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만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고, 이 부회장은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곧바로 취임했다. 이사회는 “글로벌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9% 급감하고, TV·가전 부문 실적도 크게 하락한 ‘어닝 쇼크’(실적 충격)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반도체·가전·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세계적 경기 침체라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회장은 이날 취임 관련 대내외 행사 없이,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도 출석했다. 그는 회장 취임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식 직후 삼성그룹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