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일어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전 국민이 큰 불편을 겪은 가운데 국내 데이터센터 10곳 중 2곳이 예비전력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전력은 평소 전력을 공급받는 주(主)전원이 보수·사고 등으로 전기를 보내지 못할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한 비상용 전력이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146곳 중 33곳(22.6%)이 한전과 예비전력 공급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65일, 24시간 전기 공급이 끊어지지 않아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예비전력 구축이 필요하지만, 민간은 물론 정부·공공기관까지 20%가 넘는 데이터센터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등한시한 것이다. 계약전력 1만kW(킬로와트) 이상 주요 데이터센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 서울대, 정부대전청사, 삼성생명보험, 현대자동차, KDB산업은행 등이 내·외부용 데이터센터에 예비전력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만kW는 4인 가구(3kW) 기준 3300여 가구가 쓰는 규모다.
한전 약관에 따르면 예비전력은 의무 사항이 아닌 고객이 원할 경우에만 계약하게 돼 있다. 예비전력을 구축하길 원하는 고객은 자체 비용으로 전신주와 선로 등 설비를 설치해야 하고 매달 예비전력용 요금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억원 넘게 드는 초기 공사비를 부담하고, 또 매달 수백만원씩 전기요금을 추가로 내야 하다 보니 예비전력을 구축하지 않은 곳이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는 아니지만,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변전소 두 곳과 선로를 연결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이번 카카오 사태에서 보듯이 데이터센터가 멈추면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 국민 경제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며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들은 책임감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