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후 경북 구미시 LIG넥스원 구미공장 레이더 체계 종합 시험장.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내 항공기를 감시·식별하는 방공 관제용으로 개발 중인 장거리 레이더가 360도 회전하고 있었다. 전자파 테스트를 받는 중이었다. LIG넥스원이 지난해부터 공군 등과 함께 개발해온 이 레이더는 최근 상세 설계가 마무리돼 구미 공장에서 시제품 제작에 돌입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1년에 최대 4대만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재 두 대를 시험하고 있다”며 “장거리 레이더는 그간 해외에서 도입해 왔는데 국산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내 현궁 작업장에선 중거리 대전차 유도 무기 ‘현궁’ 수백 발이 최종 점검을 받고 있었다. 어깨 위에 올려놓고 쏠 수 있는 보병용 경량 무기인 현궁은 최대 사거리 2.5㎞로, 90cm 두께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제 FGM-14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비슷해 ‘한국판 재블린’이라 불리지만, 재블린보다 더 가볍고 정확도와 관통 능력도 더 뛰어나다.
LIG넥스원은 구미 공장은 최근 잇단 해외 수출 낭보를 전해오며 위상이 높아진 ‘K방산’의 핵심 생산 기지다. LIG넥스원 국내 사업장 6곳 중 최대 공장으로, 이 회사 전체 임직원 3600여 명 중 1400여 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요즘 구미 공장은 일감이 넘치고 세계 각국 바이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권종화 PGM(정밀유도무기) 생산본부장은 “예전에는 해외 계약 협상을 할 때 ‘어느 나라에 배치해봤냐’ ‘실전 활용 성과가 어떠냐’며 미심쩍어 하는 문의가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 제품이 성능과 가격 경쟁력에서 월등하다고 평가받는다”고 했다.
◇유도 무기부터 어뢰, 전자전·통신 장비까지 생산
LIG넥스원은 1970년대 미국에서 도입한 대공 미사일 호크와 나이키를 수리·정비하며 기술을 쌓아 이후 50년 가까이 우리 군이 운용하는 주요 무기들을 개발·생산해왔다. 그 결과 최첨단 정밀 유도 무기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1월엔 아랍에미리트(UAE)와 단일 유도 무기 수출로는 사상 최대인 2조6000억원 규모의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성공의 원동력은 수십 년을 현장에서 일해온 베테랑들과 전체 임직원의 절반에 이르는 연구 인력이다. 무기 생산과 정비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보니 LIG넥스원 직원 상당수는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이다. 생산 본부 직원의 30%가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이고, 임직원의 거의 50%가 연구원이다.
이들이 모여있는 구미 공장은 유도 무기 외에도 백상어·청상어·홍상어 같은 각종 어뢰, 레이더, 전자전(電子戰) 장비, 항만 감시 체계, 통신 장비를 생산하고, 고온·낙하·침수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장비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환경 시험’과 ‘전자파 시험’ 같은 신뢰성 시험도 진행한다.
◇'방산 도시’ 구미의 인프라 뒷받침
LIG넥스원이 국내 대표 방산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구미의 방위산업 인프라 역할도 컸다. 전자 산업의 도시였던 구미시는 인근에 방위산업에 필요한 협력 업체 300여 곳이 밀집해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구미의 지형도 방위산업 발전에 안성맞춤이다. 구미 공장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 공장과 서쪽 공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레이더 전자파 테스트 등 각종 시험이 이뤄진다. 공장 관계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상업 지역이 밀집한 지역에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구미에 LIG넥스원 외에도 한화시스템 등 국내 대표 방산 기업이 위치한 것도 이런 입지 덕분이다.
최근 LIG넥스원의 급성장과 함께 구미시도 ‘대표 방산 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구미시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구미 공장 증설에 1100억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IG 넥스원 관계자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앞으로 생산 물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공장 설비를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