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서울대 채용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각 기업 부스를 찾아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오종찬 기자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하반기 서울대 채용 박람회’. 포스코, 효성, KT, 신세계 등 70여 기업의 부스 120여 개가 체육관 가득 배치됐다. 전날 태풍 힌남노 여파로 상당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날이었지만, 자기소개서를 들고 여러 기업 부스를 돌아다니거나 모의 면접을 보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이틀간 열린 채용 박람회엔 학생 2500명이 찾았다. 김유겸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은 “2019년 하반기 채용 박람회 이후 3년 만에 열린 오프라인 행사인 데다 하반기 채용 시즌을 앞두고 있어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하반기 채용을 시작한 국내 주요 대기업이 올해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혀 취업 시장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주요 그룹들은 어두운 경기 전망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 계획과 함께 신규 채용도 대폭 늘리기로 약속했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올해 약 4만90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4만833명)보다 20% 늘어난 규모다.

◇“4대 그룹 올해 채용, 지난해보다 20% 늘어”… 3년 만에 활짝 열린 대기업 채용문

올해부터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SK그룹은 14일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만3000명 이상을 뽑겠다고 밝혔다. 지난해(8500명)보다 50% 이상 확대된 것이다. SK 측은 “당초 1만명 정도로 뽑을 계획이었지만,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산업의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렸다”며 “배터리 사업에서는 이미 1000명 이상을 채용했다”고 했다.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 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14일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삼성은 올해 작년보다 20% 늘어난 약 1만6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실제 인력 수요는 연간 약 1만명 수준이지만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부터는 채용 규모를 더 확대했다”며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사업 중심으로 많이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1만명을 뽑기로 했다. 연간 9000명 규모로 뽑았는데, 10% 이상 늘린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규 채용 상당 부분이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자율 주행 등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1만명을 뽑겠다고 밝힌 LG그룹도 올해 채용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창 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인 LG에너지솔루션, 구미에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인 LG화학, 광학 설루션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LG이노텍을 중심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정확한 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바이오·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작년보다 전체 채용을 20%가량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까지 대졸 신입 사원 입사 지원을 받고 있는 포스코그룹도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1000명 늘어난 5000명으로 확대했다. 13일부터 하반기 신입 사원 채용 절차를 시작한 CJ그룹 역시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인 약 1000명 안팎을 채용한다. CJ 관계자는 “그룹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하반기 채용 규모를 상반기보다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IBK기업은행 등 은행권도 이달부터 본격적인 채용 절차에 돌입한다. 주요 은행에서만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이번 하반기엔 문과생을 대상으로 한 행원 채용을 대폭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점 어필해야”

대규모 채용 시즌을 맞은 대학가도 덩달아 분주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최근 100여 기업이 참여하는 취업 박람회를 개최했고, 이화여대·중앙대 등도 메타버스로 하반기 채용 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많은 기업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신입 사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만큼, 대규모 채용의 장이 열린 하반기 채용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직무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만큼, 눈높이를 조금 낮추더라도 우선 일을 해보고 경력을 쌓아 이직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도 “교환학생 이력 같은 스펙을 내세우기보다는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는 실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