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확보를 위해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치밀하고 체계적인 국가 에너지 전략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합니다.”(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과 석탄 발전 재가동, 에너지 요금 인상과 절약 캠페인에 나서고 습니다. 우리 정부도 에너지 절감과 수요 관리 등 에너지 효율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선일보가 주최한 ‘2022 에너지산업 컨퍼런스’가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당면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화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과 해법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 2년간 코로나 확산 탓에 온라인으로 열렸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윤관석 위원장, 이창양 장관,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과 에너지 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이날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참석이 어려운 인원을 위해 조선일보 유튜브를 통해 중계했다.
◇”원전 가동률 높이고, 석탄 발전도 활용해야”
‘유럽 에너지 위기 심각성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1세션에서는 조홍종 단국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조 교수는 “유럽의 천연가스 위기는 우리에게도 물량 확보 전쟁을 강요함과 동시에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에너지 가격 폭등을 방지하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석탄 발전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에너지원 대외 의존도가 90% 이상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가 깨지면 유럽보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원전 조기 준공과 정비 일정 조정, 신재생에너지 건설 촉진과 같은 다양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눈길을 끌었다. 정용헌 아주대 교수는 “과거 아프가니스탄 침공, 조지아 침공, 크림반도 병합 같은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은 고유가 때 일어났다”며 “고유가로 전쟁 자금을 확보한 러시아가 일으킨 게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현재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 절감”이라며 “공급 측면에서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박주헌 교수는 “축구 강국인 이탈리아는 세리에A 경기장의 조명까지 줄이고 있지만, 같은 시각 우리는 야간 골프가 한창”이라며 “무리한 가격 통제는 소비자의 긴장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 통해 수입 부담 줄여야”
그동안 이어온 에너지 소비 행태를 바꿀 때가 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세션2의 발제를 맡은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 방향’이란 주제 아래 “에너지 수요 관리는 단기 및 중장기 에너지 위기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단”이라며 “에너지 시스템 변화에 발맞춰 가격과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근검절약이라는 과거 방식이든,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 방식이든 모든 국민이 개미처럼 부지런히 노력해 에너지 수입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는 당장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효율화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새 정부의 대책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며 “독립 규제 기관을 신설해 정부 개입을 차단하고, 한전의 민영화와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장묵 한양대 교수는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요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또 R&D(연구·개발)를 통한 혁신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에너지 수입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절약과 수요 관리뿐”이라며 “진부하게 들리지만, 허리띠 졸라매는 절약부터 시작해 가격 인상과 기술적 대안 모두를 동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