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3고)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하반기 채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9~24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응답 기업 121사)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62%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신규 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은 44.6%로 전년 동기(54.5%)보다 줄었지만,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17.4%로 전년 동기(13.3%)보다 늘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추가 인력 수요 없음’(3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회사 사정(구조조정, 긴축경영 등)의 어려움’(20.0%), ‘코로나 장기화,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악화’(12.0%),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2.0%)이 뒤를 이었다.
설문 결과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으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채용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10곳 중 3곳(32.2%)이 3고 현상으로 인해 채용 계획이 위축됐다고 응답한 것이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올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인원 35.8%를 경력직으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보다 6.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산업 트렌드가 급변하고, 경영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업들은 채용 직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대졸 신규 채용 인원 67.9%를 이공계열로 뽑겠다고 밝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개혁, 신산업 육성, 조세 부담 완화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