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용, 여민수, 김제욱, 박성욱, 박정호.

올해 상반기 재계 보수 1·2위는 카카오 퇴임 경영자들이 차지했다. 지난 2월 퇴임한 조수용·여민수 전 공동대표가 각각 361억4700만원, 332억1700만원을 받았다. 퇴직금은 각각 7억원, 2억원에 불과했지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이익이 컸다. 조 전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9만4100원일 때 행사가 1만7070~2만116원에 45만주를 매도해 337억5000만원을 벌었다. 여민수 전 대표도 같은 가격에 42만5000주를 팔아 318억2400만원 차익을 남겼다.

두 사람 외에 카카오그룹에서는 수십억원대 스톡옵션 대박을 낸 전·현직 임직원이 다수 나왔다. 정의정 전 카카오 기술부문책임자가 95억6800만원, 김주원 전 카카오 공동체 컨센서스센터장이 77억3400만원을 받았다. 카카오페이 오승준 결제사업부문장이 39억7800만원, 이우춘·서세종 개발자가 각각 37억3900만원, 34억9700만원을 받았고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가 38억9700만원을 벌었다.

이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반기보고서 제출 기한인 16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오너·임원의 보수를 공시한 결과다. 각 기업의 반기보고서에는 보수 지급액 5억원 이상인 상위 5명의 개인별 액수가 공개된다.

현역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그는 올 상반기 급여와 상여를 각각 6억원씩 받았고, 올 초 스톡옵션 9만9600주를 행사해 84억26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박 부회장 외에도 SK그룹 최고경영자들은 보수액 상위권을 휩쓸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SK하이닉스(44억7500만원), 텔레콤(28억원), 스퀘어(14억8400만원)에서 총 87억5900만원을 받았고, 지난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자회사 솔리다임 의장으로 옮긴 이석희 사장은 퇴직금 46억원 포함, 84억2400만원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김훈 최고기술책임자(70억원)·안재용 대표(69억원),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58억원), 장동현 SK㈜ 부회장(52억원) 등 SK 현직 경영진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경영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난 김기남 회장(32억원), 권오현(31억원)·윤부근(26억원)·고동진(〃)·신종균(〃) 고문이 보수 지급 1~5위를 차지했다. 현직 중에선 한종희 부회장이 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CEO들이 차지했던 연봉 상위권을 SK그룹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차지한 모양새다.

주요 재벌 총수 중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케미칼·제과·호텔 등 7개사에서 총 102억8500만원을 상반기 보수로 받았다. 작년 상반기(79억7200만원)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롯데 측은 “롯데지주 실적 개선 등으로 상여금이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71억3900만원, 김승연 한화 회장 54억원, GS 허태수 회장 53억6500만원, 이재현 CJ 회장 49억6800만원 순이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SK㈜에서 17억5000만원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작년 상반기와 같은 32억5000만원(현대차 20억원, 현대모비스 12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 3월부터 급여와 연봉을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상반기 86억2200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전문경영인인 장 대표는 카카오게임즈의 인기 게임 오딘 개발사에 투자한 공로로 상여금 81억2200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57억7000만원, 배동근 크래프톤 이사가 41억3100만원(스톡옵션 행사)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선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 262억8500만원을 받았다. 두나무·리디 등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한 성과로 받은 인센티브만 261억200만원으로, 한국 벤처캐피탈 사상 최대 규모다. 이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상여 46억6477만원을 포함해 총 50억8917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어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사장이 36억3000만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34억8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권 1위였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5억3200만원을 받았다. 지난 3월 퇴임한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특별공로금’ 등을 포함해 약 42억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