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이 대기업의 사업 진입·확장을 제한해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실효성이 낮아 점진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중소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중기 적합업종 심의·지정을 맡은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친기업 성향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런 보고서가 나오자 제도에 대한 존폐 논란으로 이어질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3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이 제도는 중소기업이 사업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보호 역할은 했지만 성과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고 했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2011년 도입된 대기업 규제 방안으로,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최장 6년간 해당 업종에 새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

KDI는 보고서에서 “중기 적합업종 제도가 보호 기간에 중소기업의 생산 활동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대기업 생산 활동을 위축시켜 오히려 산업 전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중고차 시장에 대한 국내 완성차 기업의 진출 제한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중고차 산업 발전에도 방해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경제적 효과만 가지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상생·협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세 중소기업이 포진해있는 업종의 경우 대기업이 진입하는 순간 중소기업 전체가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중기 적합업종 제도를 유지하되 대·중소기업이 ‘상생협약’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반위 관계자는 “유통 플랫폼과 전통시장이 협력해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한다면 굳이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하지 않아도 상생이 가능하다”며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합의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일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