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인구 절벽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 속도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데 출산율(합계 출산율 0.81명)은 꼴찌다. 결국 국내 인구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1949년 인구 총조사를 시작한 이래 72년 만에 처음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른 선진국처럼 이민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여 다문화 국가가 아니라 다민족 국가로 가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앞에 닥친 ‘인구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참조할만한 사례는 독일의 포용적 이민 정책이다. 독일은 1960년대 중반부터 젊은 층 인구가 감소했고,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독일 정부는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정책을 폈다. 2012년 ‘고학력자의 이민을 쉽게 하는 유럽연합(EU) 지침’을 시행하고, 2013년부터는 해외 전문 인력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전문가 이니셔티브’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독일 인구는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나타냈고, 이는 독일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전체 독일 거주 인구 5명 중 1명은 이민자 출신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이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국경·이주·이민 정책 컨트롤 타워, 이른바 ‘이민청’ 신설 문제를 올 하반기에 본격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규모 축소를 막기 위해 생산 가능 인구로 편입 가능한 외국인의 국내 이주를 유연하게 확대하고, 이를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다.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은 “800만명으로 추정되는 재외 동포들이 자유롭게 입출국할 수 있도록 하고, 상대 국가가 허용하면 이중 국적도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장에는 해외 어느 나라든 능력 있는 사람이 와서 사업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며 “외국인 근로자 뿐만 아니라 우수 외국 인력을 우리 사회에 흡수할 수 있도록 비자 규제 등을 적극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