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바이든, 먼발치서 손인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최태원 SK 회장과 화상 회담 직후 백악관 정원에 있는 최 회장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왼쪽 흰색 셔츠가 바이든 대통령이고 작은 사진 맨 앞에서 두 팔을 든 사람이 최태원 회장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생큐, 토니(최태원 SK 회장의 영어 이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을 ‘생큐’로 시작해 “생큐”로 끝마쳤다. 약 30분 동안의 화상 대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고맙다’라는 말을 10번이나 했다. 최 회장이 미국에 22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SK 투자 발표에 대해 ‘선구자적인 발표’라며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맹국들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SK, 미국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 짓는다

최 회장은 이날 화상 대담에서 신규 투자액 220억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0억달러(약 20조원)를 반도체 생태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을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 패키징은 반도체가 주변 기기와 신호를 주고받게 포장하는 핵심 공정이다. 미국 내 대학과 제휴를 통해 우수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고 새로운 반도체 기술 R&D(연구개발)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런 투자 계획은 우리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고, 미국의 첨단 기술 산업 전체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그린 수소, 초고속 전기차 충전 시스템,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 그린 에너지 분야에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는 차세대 원전 벤처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협력’(MOU)을 체결하고 SMR 기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우리의 투자가 미국의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억달러는 생명과학,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 내 설비를 확대하는 데 쓰기로 했다. 앞서 SK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총괄하는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최 회장은 또 조지아에 건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외에도 포드와 합작사를 통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이미 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SK그룹의 총 미국 투자 규모는 300억달러에 육박한다.

◇“고맙다” 10번이나 말한 바이든 대통령

이런 투자 계획을 밝힌 뒤,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우리의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이 220억달러 규모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 최소 4000개에서 최대 2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화상 회담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최 회장을 비롯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함께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코로나 감염으로 화상 회담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시하며, “다음에 백악관을 방문할 경우 강제로라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회동 직후에는 미국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오늘 백악관에서 SK그룹 회장과 만났다. 면담은 화상으로 진행됐지만 나는 멀리서라도 인사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며 창가에서 정원에 있는 최 회장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사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