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확보에 앞장서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 발안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가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340조원에 이르는 민간기업의 반도체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개발(R&D)·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도 완화한다. 또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 이상 양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민간 주도로 ‘반도체 아카데미’를 설립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시스템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3% 수준에서 2030년 10%로 끌어올리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화율도 30% 수준에서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경기 화성에 있는 반도체 부품회사 동진쎄미켐을 찾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 반도체 업계 340조 투자 뒷받침

이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계획된 340조원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전폭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기업·인력·기술·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산업 생태계 4요소가 취약해지며 ‘반도체 위기론’이 대두하자 과감한 지원과 규제 해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선 대규모 공장 신·증설이 진행 중인 경기 평택캠퍼스(삼성전자)와 용인클러스터(SK하이닉스) 건설에 드는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을 국비로 지원한다. 또 반도체 단지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늘린다. 이 경우 클린룸(반도체 생산라인)이 평택은 12개에서 18개로, 용인은 9개에서 12개로 늘어난다. 정부는 클린룸 1개당 1000개씩 9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대기업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10%에서 중견기업과 같은 8~12%로 2%포인트 높이고, 반도체 업종 연구·개발에 대해선 올 9월부터 주 52시간이 아닌 주64 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업계 주도로 인력 양성, 장비 지원 추진

반도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업계가 중심이 된 ‘반도체 아카데미’ 설립이 추진된다. 대학생·취업준비생은 물론 신입·경력 직원을 대상으로 1주~4개월 과정을 개설해 내년부터 5년간 3600명 넘는 현장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협회가 운영을 맡고 기업은 강사와 장비를, 정부는 국비를 지원한다.

미국의 민·관 반도체연구 컨소시엄인 SRC와 같이 민·관이 공동으로 10년간 3500억원을 투자해 우수 석·박사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이 기증한 유휴·중고 장비를 활용해 기업 양산 현장 수준의 교육·연구 환경 조성에도 나서기로 했다.

◇시스템 반도체 키우고, 소부장 경쟁력 강화

TSMC를 중심으로 한 대만 등과 비교해 격차가 여전한 시스템 반도체는 전력·차량용·AI(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R&D를 집중 지원해 현재 3%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2030년 10%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력 반도체 4500억원, 차량용 반도체 5000억원, AI 반도체는 2029년까지 1조2500억원을 지원한다.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위험이 커진 소부장 자립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30% 수준인 자립화율은 ‘추격형 국산화’에서 ‘시장 선도형’ 기술 개발 비중을 확대해 2030년 50%로 올린다. 내년 제2판교에 반도체 기업 전용 공간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제3판교와 용인 플랫폼시티에 ‘반도체 특화 R&D 클러스터’와 ‘반도체 소부장 전용 클러스터’를 차례로 조성한다. 이창양 장관은 “산업 현장이 계속 진화하듯, 이번 정책 발표가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의 완결은 아니다”며 “앞으로 업계와 관련 대책을 지속 보완함으로써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터리·디스플레이·미래 모빌리티·로봇·바이오 등 반도체 미래수요를 견인할 반도체 plus(플러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수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