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저녁이면 가동을 중단하는 NCC(나프타분해설비)가 나올 것 같습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뉴스1

화물연대 파업이 8일째 이어지면서 여파가 산업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이 생산 차질을 빚는 가운데 이대로 하루 남짓 지나면 국내 5대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산업이 차례로 멈춰 설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원료로 NCC 가동 중단은 석유화학산업 전체의 셧다운을 의미한다.

14일 한국무역협회와 업종별 단체가 주관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수출입 화물운송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김평중 본부장은 “NCC가 가동을 멈추면 이와 연관된 다운스트림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연간 석유화학산업 생산 규모를 감안하면 NCC가 모두 가동을 중단했을 때 하루 피해는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하 차질로 탱크와 야적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설비를 끌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NCC는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만드는 설비를 말한다. 국내에는 정유 4사를 비롯해 여천NCC 등 모두 8개사가 NCC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2000년 중국산 마늘 파동 당시 중국 정부가 보복조치로 한국산 폴리에틸렌 수입금지조치를 취하면서 수요처가 사라진 석유화학업체가 NCC 가동을 중단했을 때를 제외하면 그동안 국내에서 NCC가 멈춘 적은 없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1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연합뉴스

시멘트 업계도 한계상황까지 왔다. 제품 출하가 막히면서 제철소의 고로, 석유화학의 NCC와 같이 24시간 시멘트를 제조하는 소성로가 하나둘씩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전국에 소성로가 45기 있는데 이미 지난주 2기가 가동을 중단했다”며 “주말이 되면 절반 정도는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민 이사는 “시멘트는 사일로라는 특수 용기에만 저장할 수 있는데, 더는 담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멘트업계뿐 아니라 레미콘, 공사현장 등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여파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번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장마다 석유화학제품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며 “한국의 화물연대 파업이 아시아 플라스틱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계약 취소, 거래 중단, 납기 지연이 이어지며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코로나로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소상공인은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인한 충격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파업이 마무리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5개 주요 철강기업의 출하 피해 규모만 72만1000t, 1조1500억원 수준인데, 재가공해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고,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도 “1차보다는 2차, 2차보다는 3차로 갈수록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김평중 본부장도 “석유화학업체에서 원재료를 받아가는 화섬업계의 피해가 더 크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