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이 새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납품 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하도급 업체의 납품 단가에 반영해주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도입을 지지하면서 법제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쪽에서는 “대기업이 값싼 수입품을 더 많이 쓰게 돼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2022년 제1차 대·중소기업 납품 단가 조정위원회’에서 정부와 국회에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원자재 가격이 연일 폭등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경영 애로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남근 납품단가조정위원장은 “중소기업계 숙원 과제인 납품 단가 연동제가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세부 시행 방안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노형석 중소벤처기업부 거래환경개선과장은 “내외적으로 중소기업에 어려운 시기인 만큼 납품 단가 연동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중기부에서도 표준 약정서에 연동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과 대기업 중심의 연동제 시범 운영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도 납품 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날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내용의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그러나 대기업 등 재계에선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조정해야 할 납품 단가 문제를 법으로 강제할 경우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대기업들이 값이 싼 해외 기업으로 공급망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납품 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줄고 외국 중소기업 제품 수요가 1.2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