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해 미국, 유럽 등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가 장기화하자 항공 업계 안팎에선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는 분위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23일 이례적으로 ‘참고 자료’를 통해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빅딜 난항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이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를 낸 데 대해 항공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처한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개조 화물기, 다시 여객기로 -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화물기로 개조해 활용했던 A350을 최근 여객기로 되돌렸다고 23일 밝혔다. 국제선 운항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손님맞이 준비에 나선 것이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개조 화물기에 다시 좌석을 장착해 여객기로 복원하는 모습. /아시아나항공

◇“100명짜리 전담 조직, 자문비 350억원”

대한항공은 이날 “하루도 빠짐없이 각 국가 경쟁 당국과 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기업 결합 승인을 얻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허가를 받았다. 지금은 미국,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6개 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각 국 정부로부터 기업 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팀 10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로펌 및 각국 현지 로펌 등과 계약하고 각국 경쟁 당국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3월까지 자문사 선임 비용만 약 35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각국 심사 진행 상황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해외 경쟁 당국이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 설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에서 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중국 당국의 심의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빅딜 무산설’ 계속되는 이유는

대한항공이 이처럼 기업 결합 승인 진행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입장을 밝힌 것은 최근 국내외 경쟁 당국과 항공 업계에서 ‘빅딜 무산설’이 계속해 나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둘러싼 해외 심사 진행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의 경우 최근 항공 결합 관련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진 데다가,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미 법무부에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 관련 심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우 대한항공이 지난 1월 신고서를 제출한 후 지금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 자료를 내며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EU에서는 일부 노선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당장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며 “그렇게 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 당국이 자국 항공사의 유불리를 따지며 결합 심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것도 부정적 요소다. 외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자국 항공사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굳이 한국 양대 항공사의 합병 승인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인해 글로벌 인수·합병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승인 불허설’이 계속되면서 항공 업계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홀로 서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자국 우선주의 기조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다소 더디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내고 굳건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통합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