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첫 시정 연설에서 노동 정책 개혁 추진 의지를 밝히자 경영계는 노사 관계 재정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며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노동 정책 개혁 과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성 노조를 비판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5년간 노동계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경영계는 해석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가 경제 재도약을 위해 노동 개혁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면서 “친노동 정책으로 일관했던 전 정권에서 노동계 쪽으로 힘이 과도하게 쏠렸기 때문에 새 정부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부터 쟁의행위까지 과제 산적

경영계는 우선 획일화된 근로시간제부터 손봐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난 정부는 2018년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다.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주52 시간제를 적용하다 보니 정해진 기간에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 IT·게임업계 등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대통령직인수위는 국정 과제에 노사의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무 특성에 따라 주 52시간제에 상당한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노조 파업 때 다른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체 근로를 전면 금지한 규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총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대체 근로가 전면 금지된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노조 파업권 남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파업 때 사업장을 점거하는 노조의 쟁의행위 행태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법은 전기·전산·통신 시설, 폭발물을 보관하는 장소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점거만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노조의 직장 점거를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조가 주요 시설이 아닌 출입문·로비와 같은 일반 시설을 점거하면서 직원의 출입을 막는 방식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많다.

현행 파견법상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인 대기업이 처벌을 받지만,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안전 수칙을 지키라는 지시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에 노동계는 반대

새 정부의 노동 개혁 움직임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달 중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변화된 정치 환경을 고려해 2022년 운동 방향의 재검토와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되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는 전략으로 주요 사업 계획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노동권 보장과 노동 조건 개선은 국정 과제의 한 귀퉁이도 차지하지 못한 채 액세서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노동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노동 정책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을 설득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공정한 노사 관계를 만들고,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아주 원칙적인 사안으로 노조의 기득권을 약화시키려는 게 아니다”면서 “노조도 산업이 변화하는 흐름에 맞게 강경 투쟁으로만 일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