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올여름 프랑스 파리로 여름휴가를 가려던 계획을 접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항공권 값이었다. 처음 왕복 항공편을 알아봤던 지난 4월만 해도 인천-파리 항공권은 15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230만원짜리 표도 구하기 어렵게 됐다. A씨는 “주변에서 ‘항공권 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고 해서 농담인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 그렇더라”고 말했다.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고 있지만 치솟는 항공권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년여 만에 해외여행길이 열리면서 여행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실제 국제선 운항 재개율은 턱없이 낮아 수급 불균형이 극심한 데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유류할증료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여행 수요 급증에 항공권이 금값
최근 여행, 유학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항공권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 “2주 전 50만원 하던 항공권이 이제는 80만, 90만원 한다” 등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여름 150만~220만원 선이었던 런던·파리 왕복 항공권 가격은 지금은 230만~350만원대로 급등했다. 하와이로 가는 항공권도 현재 170만~190만원 정도로 코로나 전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소비자들은 “국제선 운항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티켓 값은 왜 안 떨어지느냐” “항공사들이 작정하고 항공권 값을 올린 것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항공권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항공권은 통상 출발일이 멀수록 값이 싸고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비싸지지만, 지금은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항공사들이 비싼 표를 내놔도 속속 팔려나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은 ‘초특가 티켓’이 없고 예매 속도가 워낙 빨라 비싼 표만 남아있기 때문에 가격이 뛴 것처럼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부 규제, 유류할증료도 걸림돌
항공사들은 정부가 국제선 운항 횟수를 제한하고 있어 공급을 마음대로 확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코로나가 덮친 지난 2년여간 시간당 항공기 도착 편수가 10편으로 제한됐다가 5월부터 20편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시간당 40편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운항 희망 노선과 횟수를 신청하면 정부가 허가를 해주는데, 여전히 극히 제한적으로 허가가 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생긴 ‘운항 통제 시간’ 제도도 아직 그대로다. 이 때문에 실제 국제선 운항 비율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항공업계 설명이다.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마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운항 거리에 따라 5월 3만3800~25만6100원이던 유류할증료가 6월 3만7700원~29만3800원으로 뛰었다. 인상된 유류할증료는 고스란히 항공권 총액 상승으로 이어진다.
◇양대 항공사 실적은 화물 덕에 역대 최대
항공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화물 영업에만 너무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마저 나온다. 실제 두 항공사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 이를 견인한 게 여객이 아닌 화물이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1분기 매출은 2조8052억원, 영업이익은 788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60%, 53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분기 실적으로 역대 최대였다. 아시아나항공도 매출 1조1466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1분기 매출에서 화물 매출이 각각 76.6%, 77.1%로 절대적이었다.
두 항공사도 엔데믹으로 항공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좌석을 떼어내 개조했던 화물기를 다시 여객기로 복원해 여객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